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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능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 비판 문제에 관한 Q&A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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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관점 창간준비 7호]

by. 「팩트와 관점」 편집부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 이후,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수능 시험과 ‘사교육 카르텔’의 문제를 교육개혁의 방향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능을 150여일 남기고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하는 등 수능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아니 ‘수능개혁’은, 비록 시기선택은 잘못 되었더라도 방향은 타당한 것일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성하면서 그 점을 검증해 봤다.

- 정시를 확대한 문재인 정부 책임인가?
- ‘킬러 문항’에 문제는 없는가?
- ‘킬러 문항’이 줄어들면 사교육이 줄어들까?
- ‘인강 1타 강사’들은 ‘사교육 카르텔’인가?
- ‘사교육 카르텔’이란 말에 실체는 있는가?
- 바람직한 대안확립을 위해 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교육 경감대책 브리핑 ⓒ교육부

최근 수능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에 공정 수능을 지시한지 11일이 되는 6월 26일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3년 치 수능과 올해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 26개를 발표했다. 입시 교육 현장과 수험생 측에서는 올해 수능 난이도가 떨어지는 ‘물수능’이 치러지고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 ‘공정 수능’을 지시한 다음 날인 6월 16일에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이 경질되는 등 실무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어서 6월 19일에는 수능을 주관하는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2022년 3월에 취임한 이규민 원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출제 논란을 언급하며 평가원에 대해 12년만에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수능을 150여일 앞둔 시점에 발생한 논란에 대해 수험생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전임자인 강태중 전 원장 역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출제 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때는 적어도 수능 문제에 관한 논란이었다. 6월 모의평가를 이유로 평가원장이 교체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 모의평가의 난이도를 다소 어렵게 하여 한해 수험생들의 수준을 가늠한다. 6월 모의평가의 점수 양상을 살핀 이후 9월 모의평가에선 난이도를 다소 낮춰서 수험생들의 수준을 다시 가늠하고, 그것을 근거로 수능 시험의 난이도를 맞춘다고 한다. 즉, 6월 모의평가는 그 가늠의 과정에 있는 것인데, 이 시험의 출제내용이 지침에서 어긋났다면서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이 문제를 삼고 실무진이 교체되거나 사퇴를 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고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정시를 확대한 문재인 정부 책임인가?

이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조치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쉽게 인정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게 문제이고 수험생의 혼란을 초래하기에 잘못됐기는 하나, 조치의 내용과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의견들을 포함한, 수능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에 관련된 다양한 의문점들에 관해 간략하게 답해보기로 한다.

먼저 최근의 사교육 확대 경향은 ‘정시 확대’를 한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는 견해가 있다. 즉, 문재인 정부 임기 하 ‘조국 사태’ 이후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까지 늘리는 조치가 취해진 것이 수능 시험을 둘러싼 혼란과 사교육 확대의 원인이므로, 윤석열 정부의 조치는 문제를 새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기존의 문제를 어떻게든 줄이려는 ‘필요악’의 조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시 확대 조치가 수능 시험의 혼란과 사교육 증대의 원인이라 판단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역시 ‘킬러 문항’ 배제나 ‘공정 수능’ 주문이 아니라 정시 비중의 조절이라야 한다. 그러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월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시 40%룰 풀어줄 건가’라는 질의에 “입시는 적어도 1~2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정시 40%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국민일보», <교육부 ‘정시 40% 룰’ 두고 오락가락>,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2023년 2월 17일). 즉,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 조치에 모종의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정책 노선을 윤석열 정부도 유지한 시점에서는 윤석열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정시 확대 조치로 인해 생긴 문제를 정시 비율 조정으로 풀지 않고 수능 시험의 방식을 수정하면서 풀려고 하는 거라면 그러한 접근 자체가 오류가 된다. 실제로 정시 확대 조치가 문제라는 견해를 가진 이들은 지금 할 일은 수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2028 대입개편’을 통해 정시 비중 축소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베리타스알파», <킬러문항 없는 수능이 사교육 대책?.. ‘확대정시부터 손봐야’>, 신현지 기자, 2023년 6월 19일).

수능점수의 변별력 요구가 정시에서 더 두드러지는지 아니면 수시에서 더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오히려 수능 점수 100%로 선발하는 정시에선 대학마다 동점자 처리 규정을 정교하게 만들어 놓았기에 쉽게 출제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시에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석차등급으로 제시되는데, 과목별 만점자가 4%를 넘으면 한 문항만 틀려도 2등급이 되고, 만점자가 11%를 넘으면 한 문항만 틀려도 3등급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킬러 문항이 없어서 과목별 만점자가 양산되면 한 문항만 틀려도 등급 미달로 수시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늘어 불만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이범 교육평론가, <성급한 ‘킬러 문항 배제’, 수능 체제를 흔드는 이유>, 2023년 6월 22일).

한편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실장은 이범 교육평론가와 달리 수시에선 학생부나 면접 등 다른 평가 요소가 주가 되기 때문에 수능의 난이도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다. 반면 수능 100% 정시에선 표준점수 1점으로 합/불이 결정되기 때문에 킬러 문항과 난이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대신 이 경우라도 최상위권 대학교에서 수능 100% 전형이 사라진다면 킬러 문항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이미 정시에서 학생부를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대는 학생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플러스+», 백승진 교육디자인연구소 정책실장,  <[이슈 현장] 대입 수능 논란, 마오쩌둥의 말과 윤석열의 말>, 2023년 6월 21일).

종합해볼 때, 최근 수능 시험의 혼란이 ‘정시를 확대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란 논리는 대단히 무책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일 정시 확대에 문제가 있다면 논리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정시를 축소하면 되는 문제일뿐더러, 정시 전형이 반드시 ‘킬러 문항’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시보다 수시가 ‘킬러 문항’을 더 필요로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정시가 ‘킬러 문항’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수능 100% 전형을 벗어날 경우 그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국어킬러문항 사례 ⓒ 교육부

▶  ‘킬러 문항’에 문제는 없는가?

‘킬러 문항’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납득을 하고 있다. 가령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킬러 문항이 지금까지 공교육 교육과정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었다”며 “(킬러문항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한 면이 있다”고 설명한다(«중앙SUNDAY», <“사교육 잡아야겠지만 킬러문항·일타강사 없앤다고 될까” [수능시험 손질 논란]>, 김창우·신수민 기자, 2023년 6월 24일).

이범 교육평론가 역시 “킬러 문항이란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지문을 제시하거나 과도하게 꼬아놓은 문항”인데, “이런 걸로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측정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심스럽다”고 평가한다. ‘킬러 문항’은 “여러 교육 관련 단체들로부터 ‘타당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변별력’을 위해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한국 수능과 유사한 미국의 SAT나 일본의 센터시험에서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란 것이다(«경향신문», 이범 교육평론가, <성급한 ‘킬러 문항 배제’, 수능 체제를 흔드는 이유>, 2023년 6월 22일).

▶  ‘킬러 문항’이 줄어들면 사교육이 줄어들까?

이 부분에 대해선 의문을 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킬러문항이 사라지면 30~40%대 정답률을 보이는 준킬러문항이 오히려 늘어나 사교육비가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며 “가령 언어영역의 경우 1~17번 같은 문제가 다수 구성되는 식인데, 그렇게 되면 절대다수의 학생, 특히 3~4등급 학생에겐 수능이 더 어려워지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쉬운 수능에서의 관건은 ‘실수하지 않는’ 데 있다”며 “(수험생들은)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고, 이에 적합한 강의와 학원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재수 전문 입시학원 관계자는 “보통 문제가 되는 고비용 사교육이라면 수시에 대비해 내신 등 소위 ‘스펙’을 쌓아주는 강좌와 컨설팅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 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대비할 수 있는 수능을 목표로 삼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중앙SUNDAY», <“사교육 잡아야겠지만 킬러문항·일타강사 없앤다고 될까” [수능시험 손질 논란]>, 김창우·신수민 기자, 2023년 6월 24일).

앞서 논의한 것처럼, ‘정시 확대’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2028 대입개편’에서 정시를 축소해야 사교육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베리타스알파», <킬러문항 없는 수능이 사교육 대책?.. ‘확대정시부터 손봐야’>, 신현지 기자, 2023년 6월 19일). 윤석열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인 ‘자사고와 특목고 존치’가 사교육비를 증대시켰을 거라는 추정도 존재한다. 통계청이 지난 3월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규모는 총 26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2조5000억원 증가(10.8%)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여기에서 자사고 진학 희망 학생과 일반고 진학 희망학생은 각각 월평균 61만4000원과 36만1000원으로 그 격차가 25만3000원에 달했으며, 외고와 국제고 역시 55만8000원을 기록, 그 격차는 19만7000원이었다고 한다. 이는 자사고와 외고 진학 희망 학생이 일반고 진학 학생보다 사교육비 지출에 각각 170%, 155% 더 사용한다는 의미로 지난해 각각 166%와 153%보다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한 윤석열 정부는 사교육비 축소와 정반대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 문제는 대입 정책이나 교육 정책을 넘어서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우선 ‘대학서열-노동임금-승진구조-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며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등으로 대학 간판으로 평가하는 인식의 흐름을 바꿔야 하고 그것이 사교육 경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중앙SUNDAY», <“사교육 잡아야겠지만 킬러문항·일타강사 없앤다고 될까” [수능시험 손질 논란]>, 김창우·신수민 기자, 2023년 6월 24일).

이범 교육평론가 역시 이와 흡사하게 “대입 사교육을 좌우하는 요인들을 인수분해해 보면 ‘구조적 요인’으로 대학서열(학벌)과 소득격차(전공)를, ‘기술적 요인’으로 전형요소의 복합성과 난이도”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선 구조적 요인의 비중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경향신문», 이범 교육평론가, <성급한 ‘킬러 문항 배제’, 수능 체제를 흔드는 이유>, 2023년 6월 22일).

▶  ‘인강 1타 강사’들은 ‘사교육 카르텔’인가?

이번 논란에 관해 수험생, 혹은 수험생활을 경험한지 얼마 안 되는 대학생들의 반응을 살펴 보면 ‘인강 1타 강사’들을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인강 1타 강사’들의 영리활동이 수험생들에게 부담되는 비용으로만 치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SUNDAY»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일타강사는 메가스터디·이투스 같은 인터넷 강의(인강)나 EBS 온라인 강의에서 활동한다. EBS 강좌는 기본적으로 무료고, 인강 업체들은 연간 50만원 내외면 모든 수능 과목 강좌를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다. 교재비를 고려해도 연 100만~200만원이면 질좋은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험생 및 대학생들이 증언하는 바와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중앙SUNDAY» 기사에 나온 익명을 요청한 학원계 관계자는 “일타강사를 사교육 카르텔의 주범이라고 배척해 인강을 막는다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오프라인 학원으로 모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쉬운 수능과 일타강사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학원 선생님들이 ‘저건 인강 대신 오프라인 학원으로 다시 모이라는 정책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하더라”고 말했다고 한다(«중앙SUNDAY», <“사교육 잡아야겠지만 킬러문항·일타강사 없앤다고 될까” [수능시험 손질 논란]>, 김창우·신수민 기자, 2023년 6월 24일).

▶  ‘사교육 카르텔’이란 말에 실체는 있는가?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이권 카르텔이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공교육 현장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 자체가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모두 소화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중앙SUNDAY», <“사교육 잡아야겠지만 킬러문항·일타강사 없앤다고 될까” [수능시험 손질 논란]>, 김창우·신수민 기자, 2023년 6월 24일).

이범 교육평론가는 석차등급이나 표준점수와 같은 상대평가 지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카르텔’이란 말의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왜 유독 한국만 입시에서 상대평가 지표들을 활용할까? 한마디로 교육과정평가원의 ‘면피’를 위한 것이다. (...) 원점수는 아예 알려주지 않고 상대평가 지표만 기계적으로 매겨주면, 과목별 난이도가 아무리 차이나도 출제진은 비판받지 않게 된다. 이것이 선택과목이 본격 도입된 2005학년도 수능에서 완성된 ‘적폐’다. 한국의 교육평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린다. 선후배 네트워크와 크고 작은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작은 집단에서 이런 문제를 드러내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카르텔’이 아닌가?”라는 매서운 지적이다(«경향신문», 이범 교육평론가, <성급한 ‘킬러 문항 배제’, 수능 체제를 흔드는 이유>, 2023년 6월 22일).

즉, ‘사교육 카르텔’이야 당연히 존재할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문제제기로는 제대로 된 ‘사교육 카르텔’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사교육이 아닌 다른 문제들을 도외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메가스터디’나 ‘시대인재’ 등 몇몇 유명한 학원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정부가 하지 못할 일은 아니나, 과연 ‘공정 수능’을 포함한 교육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행위인지는 의문이다.

▶  바람직한 대안확립을 위해 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먼저 사교육 문제가 다만 입시정책이나 교육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임은 위에서도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 그 외에 교육정책의 측면에서 더 논의해야 할 것들을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앞서 소개한 대로 상대평가의 문제를 지적한다. 사교육 경감, 킬러 문항 배제, 과목별 만점자 제한이란 세 가지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인데,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맥락을 짚지 않고 성급히 ‘킬러 문항 배제’를 외친 것이 문제라고 본다. OECD 35개국을 조사해보면 33개국에 공인시험 형태의 대학입시가 존재하는데, 석차등급이나 표준점수와 같은 상대평가 지표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대부분 원점수 및 등급(석차등급이 아닌 절대평가 등급)을 쓰고, 미국과 튀르키예는 균등화 변환점수(scaled score)를 쓴다. 상대평가 지표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과목 선택의 합리성과 형평성을 해친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 지난해 12월3일자 칼럼 ‘상대평가, 어떻게 물리·경제를 죽였나’와 올해 2월18일자 칼럼 ‘수능 표준점수가 곧 차별이다’를 참조하길 바란다)다. 미국의 SAT가 상대평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SAT 변환점수 산출 방식은 비공개지만 선택과목들의 변환점수 평균치가 제각기인 것을 보면, 적어도 상대평가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만점자(200~800점 중 800점) 비율도 과목에 따라 크게 다르다.”(«경향신문», 이범 교육평론가, <성급한 ‘킬러 문항 배제’, 수능 체제를 흔드는 이유>, 2023년 6월 22일)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실장은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선발의 공정성’과 ‘사교육비 절감’만큼 중요한 가치는 바로 ‘학교 교육의 정상화’라고 한다. 미래형 대입제도 마련을 위해선 ‘학교 교육의 정상화’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현행 대입 제도가 학교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에 근거해 학생의 역량과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타당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교육플러스+», 백승진 교육디자인연구소 정책실장, <[이슈 현장] 대입 수능 논란, 마오쩌둥의 말과 윤석열의 말>, 2023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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