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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제왕적 대통령제' 바닥 보여준 윤석열 내란, 권한 확 줄여야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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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바닥 보여준 윤석열 내란, 권한 확 줄여야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와 권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by. 권영태

3일 오후 10시 23분경 선포된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157분 만에 국회의 해제요구안 의결로 무효화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요건도 되지 않고, 절차도 지키지 않은 계엄을 통해 헌법기관인 입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무력화하고자 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내란죄로 체포될 위기다. 14일 오후 6시 37분 국회의원 재적 204명의 탄핵소추안 찬성으로 이날 오후 7시 24분부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사흘 후 7일 오전 10시 1분 50초짜리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이는 어떤 법률적 근거도 없이 자신의 임기와 정국의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겠다며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한 얄팍한 수였다.

'악어의 눈물' 같은 그 사과의 본질이 드러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 5일 후인 12일 오전 9시 42분, 29분여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또다시 '부정선거 음모론'과 같은 거짓과 '고도의 통치 행위' 같은 법비의 논리로 자신의 위헌적 범죄를 합리화하고자 했다.

14일, 탄핵가결 1시간 10여 분 뒤 나온 담화에서조차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결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국회를 향해 '남 탓' 하기에 바빴다. '폭주와 대결의 정치'의 주범은 누구인지 국민은 되묻고, 그 주범을 탄핵하고자 세찬 추위의 여의도 거리를 채웠던 것이 아닌가.

윤석열은 12일 담화에서,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중략)...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라 했다. 누가 헌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넘어 계엄을 통한 통치행위를 승인해 준 적이 있는가? 그 발상은 어디서 온 것인가?

혹,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의 지위와 권한을 중세 군주제 하의 '국가원수'의 지위와 권한과 일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랜 군주제의 경험 끝에 해방과 함께 주어진 민주주의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우리 국민은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계엄 사태 이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현행 대통령제의 제도상 문제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1%로 집계되었음에도, 개헌 방향은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중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46%로 가장 많았고, 의원내각제는 18%, 분권형 대통령제는 15% 응답에 그쳤다.(조사대상 전국 만18세이상 1001명, 조사 기간 12월 3일~5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응답률 12%, 자세한 조사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고)

그렇다면,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검토하고 그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외교·국방·통일은 대통령의 몫? 국회 견제로 신뢰성·일관성 담보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우리나라는 과거 군주제 시절의 통치에 대한 역사적 기억과 헌법상 국가원수 규정 같은 제도적 장치 때문에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아직도 당연시한다.

통일방안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발표하고 5.24조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도 당연한 대통령의 권한으로 여긴다. 우리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민주화 이후 관련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인 사례는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에 따라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고, 외교 전략은 일관성과 지속성을 잃고 갈지자를 그리기도 한다. 지난 8월 윤 대통령은 파탄난 남북관계를 더욱 파탄시키는 방향에서 통일 독트린을 내놓은 바 있다.

신뢰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익 중심의 외교·국방·통일 정책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결정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역할을 국회에서 가지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통일방안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완전한 권한을 갖거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관련기사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돼..국회가 '새 통일 방안' 중심돼야)

미국의 경우, '선전포고' 같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의회의 권한이다. 1차 세계대전 종료 후 1920년 당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제안으로 국제연맹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미국은 상원의 베르사유 조약 비준 거부로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같은 세계사의 해프닝은 우리 눈에는 이상하지만, 의회의 권한이 강하고 의회가 기본적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시각에서는 상식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국회가 곧바로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방법이 현재도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예컨대 5.24 조치의 경우 해당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은 별도의 헌법이나 법률 개정과 상관없이 곧바로 입법권의 내용이 된다.

그렇지만 학계에도 법조계에도 정치권에도 국회의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었기에 남북교류협력이나 남북관계발전 같은 법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조리 형해화되었다. '5.24 조치'는 그 어떤 헌법이나 법률상의 근거도 없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문제나 미중 균형외교를 강화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외교부가 정기적으로 국회에 한미일 동맹 강화 또는 미중 균형외교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외교활동을 전개할 것을 보고하도록 하는 법률을 만들면 된다.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외국에는 유사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히틀러의 '전권 위임법' 떠오르게 한 포고령 1호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
ⓒ 헌법재판소 변론동영상 캡쳐

국회는 국민의 대표이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정립된 대표적인 원칙이다. 대통령도 직선제로 뽑기 때문에 일정한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는 점은 헌법학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그렇지만 양자를 같은 지위에 놓아서는 안 된다. 법률은 입법부가 입법권을 행사하여 결정한 국가의사의 테두리이다. 입법부가 결정한 국가의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행정부가 정책을 펴는 것이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리이다.

과거 군부독재와 나치 같은 독재자들을 법비라고 하는 이유는 형식적으로 입법권을 행정부의 수장에게 위임해 놓고는 법치를 했노라, 자임했기 때문이다.

5.16쿠데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비상조치법을 제정 공포했다. 나치 독일의 수권법을 모방한 것으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입법권 행정권 사법행정권까지 갖도록 하였다. 수권법은 권한을 수여한다는 뜻이다. 전권위임법이라고도 하는데, 행정부에 입법 권한을 통째로 위임하는 법률이다.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과거처럼 법에 어긋나는 통치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독재자 스스로 법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도록 아예 권한을 줘버리는 것이다. 법치는 법치지만 국민을 마음대로 억압할 수 있다.

금번 계엄령 포고령은 언뜻 보면 과거와 비슷해 보인다. 계엄 포고령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1호다.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점에서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포고령들과 비슷해 보인다. 또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이 접속사 '와'로 연결되어 있다. 국회의 활동 자체를 금한다는 내용이다. 지방의회도 포함되었고 입법활동을 전면 금지하기 위한 시도였다. 의회의 권한을 행정부, 곧바로 독재자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입법권을 형해화했다.

계엄이라는 헌법적 절차를 활용해 내란 또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동시에 입법권을 형해화하고 나치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했음을 당연히 의심해야 한다. 아니, 의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 삭제 혹은 제한을 논의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 대통령실

현행 대통령제와 같이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고 일방적이면, 대통령이 훌륭한 개인적 리더십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이 너무 달라진다.

앞서 이야기한 국회가 국민대표기관이라는 점은 국가원수의 지위와 충돌하는데도 그동안 헌법현실과 이론이 불비하였다. 차제에 국가원수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큰 폭으로 축소하여 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에 걸맞게 행정부의 수반 역할로 한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라는 말 자체도 없애고 다른 적절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국회의 민주적 통제 권한을 다각도로 강화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는 사법부 구성이나 사면권 같은 민주주의 이전 시대의 잔재 또한 입법부나 사법부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대표기관이라는 점은 학설상 논쟁이 있다. 대표적인 학설은 헌법적 대표설이 있다. 국민을 법적 개념으로 보고 국회의 법적 국민대표성을 인정하는 학설이다. 대의적 대표설 또는 정치적 대표설은 법상 국회가 국민에 대한 법적 위임이라거나 법정대표라고는 할 수 없다고 본다. 그저 국민의 정치적 대표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는 설이다. 어느 설에 따르더라도 대통령의 국가원수 설은 국회가 국민대표기관이라는 점과 충돌하므로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한다.

정당정치가 발달하면서 의회가 사실상 다수당에 의한 대표기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현 민주당에 대한 우파의 프레임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이 다수당인 상황에 처했을 때는 이런 논리를 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해당한다. 다수당이 국회에서 입법권과 예산권을 통해 주요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점을 잊어버렸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 된다. 이는 결국 금번 계엄 난동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의회제가 다수당에 악용된다는 이유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정으로 논하고 싶다면 직접 민주주의를 확장 또는 보완하는 방안, 국민 참여를 확대시키는 방안, 전문가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안 등 다양하다. 정치학자 버나드 마넹은 '선거는 민주적인가(곽준혁 역,후마니타스, 2004)'에서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라 몽테스티외, 루소에 이르기까지 민주적인 대표 선출방식은 추첨제라고 봤다.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혹은 그 중 비례의원만이라도 추첨제 방식을 전면 혹은 부분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지 않겠는가.

국회에 대해 국권의 최고기관성을 인정하는 논의도 있으나 이는 대통령의 국가원수라는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인정하기 어렵다. 학계에서도 크게 환영받는 견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현실사회주의독재국가에서 형식적으로 당이 아닌 의회를 최고기관으로 내세우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채택할 수 없는 견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면서, 현행 대통령제의 제왕적 성격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오늘 우리 앞에 벌어진 '취약한 민주주의'의 비극을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의 희극으로 바꿔가는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필자소개 : 한양여대 ESG연구소 부소장.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후 정치학 석사, 북한학 박사 취득.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 상생사회 일천인선언 상생대화분과 간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강사). 한국NGO학회 이사, 남북학술교류위원, 통일교육원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강사 등 역임. '통일교육 에센스', '남도 북도 모르는 북한법 이야기', 'Life & Law',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 - 교양인을 위한 로스쿨', '우리가 불러온 노스코리언송즈 :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통일 노래 시리즈', '현재와 미래를 잇는 ESG와 지속가능발전'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역사교사인 아내와 함께 왕릉을 답사 중인데, 노스코리아 지역 왕릉 답사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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