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위한 소통, 역량을 키워주는 정치의 길을 찾는, 새로운소통연구소 하헌기 소장

Q.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결정된 민형배 의원 문제를 처리하는 당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글이 기사화된 것을 봤다. 좀 너무 야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부비판이 어려운 시대에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경과와 취지를 설명해주신다면?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민형배 의원이 복당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야박할 것도 없고 용기를 낼 것도 없다. 내가 말해온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라는 원론일 뿐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에 통과시킨 ‘검경수사권 분리 법안’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그 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은 절차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국회법에 규정된 안건조정위는 다수당과 소수당의 의견이 충돌할 때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고 법안에 대해 충분히 숙의과정을 거치라는 취지의 제도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선 ‘여당 몫’ 인사였던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이후 ‘야당 몫’ 인사로 안건조정위원에 선임됐다. 이렇게 하면 안건조정위라는 제도 자체가 형해화된다. 민주적 절차 위반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장 탈당’이라고 비판받은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는 민주당에서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가면서 벌인 그 과정이 국회법을 위반했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명백하게 지적했다.
그렇다면 헌재에서 지적받은 절차위반, 위장탈당 부분에 대해선 분명하게 사과하고 국민께 양해를 구한 후 복당 절차를 밟는 게 순서 아닌가?
민주당은 헌재에서 ‘검경수사권 분리 법’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걸 두고 국민의힘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향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상대에게 ‘헌재판결을 존중하라’고 주장할 거면 우리도 헌재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과 민형배 의원이 ‘벌어진 일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부분에 대해 약속’을 전제하고 복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절대 복당하면 안 된다’고 한 게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딴 소리를 한다. 헌재 판결을 근거로 국민의힘과 한동훈 장관에게 공세를 취하는 사람들이, 헌재 판결에서 지적된 바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는다. 민형배 의원의 당시 탈당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논증하려고 애쓴다. 헌재에서 지적받은 걸 국민께 사과하라는 게 야박할까? 헌정질서를 지키며 정치하자고 말하는 게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내가 용감하다기 보다는 애초에 지금 정치권 자체가 괴상한 것일 뿐인 것 같다.
Q. 같이 하는 활동이라 쑥스럽기는 한데, 지금도 ‘하헌기’를 검색하면 그 이력에는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이 제일 먼저 뜬다. 새로운소통연구소의 설립 취지와 활동을 소개해주신다면?
일단 소통의 방법론 차원으로는 미디어환경의 변화까지 고려해서 사회적 소통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만들었다. 너도나도 유튜브를 하는 시대 아닌가? 정치나 시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기술들이 매우 좋긴 하지만 사회적 양극화와 확증편향을 심화시킨다.

알고리즘은 ‘양질’의 정보, ‘옳은’ 정보를 노출시켜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노출시켜 준다. 그럼 보수유튜브 보는 사람은 비슷한 콘텐츠만 보게 되고 진보 유튜브 보는 사람은 진보 유튜브만 보게 된다. 그 자체로 이미 편향이 시작되는데 각각의 진영에서는 자기들 유리한 이야기만 하고, 불리한 이야기는 안 한다.
말하자면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다루는 건데,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왜곡하기까지 한다. 구독자들이 좋아할 이야기는 더 자극적으로 하게 되니까, 그렇게 가짜뉴스가 팽배해진다. 이걸 기성 미디어의 문법으로 다룬다고 해소가 되느냐 하면 어렵다고 봤다. 우리도 뉴미디어의 문법을 좀 익혀서 공론장에 개입해보자는 취지였다.
방법론을 넘어 보다 본질적으로는 적대하고 증오하고 대립하는 대화방식이 아니라 의견을 확인하고 절충하고 통합하는 소통방식을 좀 고민해보자는 취지도 있다. 민주당 지지자냐 국민의힘 지지자냐 이런 이분법, 혹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대결, 이런 걸 좀 뛰어 넘어 보자는 것이다. 지금도 당장 대통령 방미 외교 관련해서 민주당이 뭘 비판하면 국민의힘 최고위에서는 대뜸 ‘86 운동권 정당이라 반미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내용을 놓고 논의를 안 하고 자꾸 진영 프레임으로 다루려고 하는 거다. 적잖은 대중들이 여기에 갑갑해할 거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에 ‘산업화’ VS ‘민주화’ 도식을 뛰어넘은 다른 소통의 틀이 필요하다고 봤다.

Q. 넥스트브릿지가 아무래도 고학력, 고학벌 집단에 해당한다. ‘고졸’로서 활동하는 하헌기 소장은 사회적으로도, 민주당 당직자로서의 활동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했는지?
민주당 당직자로서는 없었다. 만약에 국민의힘 소속이었으면 워낙 또 대통령께서 서울대 법대 좋아하니까 모르겠는데, 민주당에서는 그것 때문에 불이익 받진 않았다.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피곤한 부분이 있었지. 가령 각 기관에 보면 채용규칙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임기제 나급’, ‘임기제 다급’으로 채용되는 그 구분 기준이 ‘4년제 대졸 이상+유관경력 몇 년’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에 채용될 때 추천해준 사람이나 제안해준 사람은 내가 고졸이라는 걸 전혀 몰랐고 그냥 사회적 경력이나 실적보고 데려왔는데, 막상 채용되니 그 내부 규정때문에 내 직급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런 건 실질적 차별인데, 손해를 보고 살아야 했다.
정치적 손해야 뭐 벽보 붙일 때든 언제든 앞으로 더 두고봐야 하는데, 지금까진 그럭저럭 엄청난 불편은 없다. 다만 열심히 학교 다녀서 졸업장 갖고 있었으면 쓸데없는 불편은 덜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
Q. ‘청년정치’에 대한 요구도 높고, 한편으로는 피로도도 높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가 있는지? 마침 넥스트브릿지의 설립 취지에도 세대론적 함의가 어느 정도는 있는데, 민주당의 세대교체는 어떻게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난 청년정치는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민주당에서 상근부대변인이면서 청년대변인을 했는데, 직무 수행하는 내내 이런 직책은 없는 게 낫겟다는 생각을 했다. 딱히 청년 의제에 대해 다루는 것도 아니고 청년 유권자들 대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나이든 정치인이나 젊은 정치인이나 ‘상대 진영 욕하는 걸’ 정치라고 생각하는 건 똑같은데 그걸 위해 ‘뭐 굳이 청년대변인식이나 되는 직책을 만들어서 해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청년도 스펙트럼이 넓다. 물려받은 자산이 있는 고소득 청년과 아르바이트 세 개씩 하지 않으면 생존이 안되는 지방 청년이 과연 같은 청년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두 집단이 처한 문제를 ‘청년문제’라는 틀로 바라봐서 해결책이 나오겠나?
위 경우만 해도 노동문제, 지방문제, 산업문제 등 각각의 틀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냥 생물학적 나이만 두고 전혀 다른 문제를 ‘청년문제’ 틀로 욱여넣어서 풀 수 있는 건 없다. 극단적인 예시가 아니다. 같은 부동산 정책이라도 수도권 20대의 주거 복지 문제, 월세 지원 문제와 30대 중후반 고소득층이 원하는 게 전혀 다르다. 이런 건 ‘청년’문제로 묶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세대교체는 알아서들 하라는 생각이다. 솔직히 관심없다. 젊은 사람들이 유독 거기에 관심을 많이 두는데, 반드시 해야 하나? 우리 진영 20대가 50대들보다 실제로 더 잘하나? 우리 당 초선의원들이 3선 의원들보다 더 낫나? 내 경우는 우상호, 김영춘, 김부겸 이런 사람들이 물러나는 건 아까운데, 팬덤에 편승하기만 하는 어떤 초선 의원들은 쇄신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대교체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고,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으면 살아남는 거고 아님 마는 거라 본다.
다만 이런 건 있다. 지금 정치자금법, 정당법, 선거법이 현역 국회의원에게 매우 유리하게 되어있다. 원외 정치인은 선거 6개월 전까진 후원금을 못 걷는다. 사무실도 못낸다. 공식적으론 직원도 채용 못 한다. 사전 선거운동도 못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말이 사전선거운동 금지이지, 지역활동 정당활동 의정활동이 다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인 거 아닌가. 지역 행사를 가거나 만들어 내는 게 선거 때문에 하는 거지 뭐 다른 이유가 있을까? 1년에 1억 5천씩 후원금도 걷을 수 있고, 보좌관들 채용해서 정책 개발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득권이 너무 공고해서 원외 정치인들은 틈입할 공간이 없다. 원외 정치인들도 자기들 역량에 따라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원금을 걷게 해주고, 직원 채용해서 정책 개발도 하게 해주고, 그렇게 늘어난 역량으로 현역 국회의원들과 붙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청년이고 원외고 웬만하면 다 국회의원들이나 중진들의 시혜를 기다려야 한다. 이래 갖고 세대교체가 되겠나? 자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고, 그 역량에 따라 역량없는 기득권을 몰아내는 식으로 세대교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냥 ‘선배님들 늙었으니 나가세요. 양보하세요.’로는 안된다.

Q.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보고 저도 유튜버 채널 헬마우스 시절 상대했던 극우 가짜뉴스 유튜버들이 떠오르곤 한다. 넥스트브릿지 선배님들은 보통 헬마우스 활동에 대해서 잘 모를테니, 그때 당시의 활동과 지금의 소회를 조금 설명해주신다면?
지금 ‘헬마우스’ 채널이 있었다면 대정부투쟁의 선봉장이지 않았을까. 그저께 전광훈 목사가 그러지 않던가. 자기가 대통령실로부터 ‘민주노총을 막아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다고 말이다. 우리가 집권 여당일때 극우 유튜버들이 뿌리는 말도 안되는 가짜뉴스나 왜곡정보를 정정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쟤네는 뭐 저런 애들이랑 싸우나 무시하면 되지’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극우 유튜버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거의 한 몸 아닌가? 만화가 윤서인씨가 확산하는 가짜뉴스와 혐오콘텐츠를 팩트체킹하고 바로 잡을 때는 ‘윤서인 같은 녀석과 싸우는 자질구레한 애들’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당시 내가 드잡이하던 윤서인 유튜브와 거의 똑같다.
물론 반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이고, 헬마우스도 당시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자체가 미래지향적 정치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제1야당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 제3정당 열풍이 세게 불거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민주당이 이런 흐름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3지대와 제3정당에 대한 환멸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등이 등장했다가 실패했고, 진보정당도 지리멸렬해졌다. 유권자는 ‘합리’에 대한 욕망이 있고, 지금 양당 반사이익 정치는 ‘합리’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다들 극단적 지지층에만 편승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까 중도층 입장에서는 양극단 지지층이 아니라 보편 상식에 기반한 중도 정당을 원하게 되고, 이런 흐름 때문에 제3당 열풍이 불거라고 전망들 하는 거 같다. 그러나 쉽지 않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인 우리 선거제도에서는 유권자들이 막상 투표장에 들어가면 ‘내가 그나마 지지하는 제3정당’에 표를 줬다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이 이기게 될까봐 소신투표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 때문에 대선주자급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지 않은 사람이나 집단이 하는 제3정당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이 연장에 있다. 합리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면 된다. 여론조사가 나와도 그 보편 여론대로 안 하는게 지금 정당들 아닌가? 그 여론보다 지지층 여론을 더 중요하게 여기니까 그런 거 아닌가? 본인들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혹은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가 아닌 것들이 있다. 보편 상식에 다가가는 원칙을 견지해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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