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9] 미국의 러시아 제재 전략과 전망 ②
- 미국의 러시아 제재 전략과 전망 : 해외 언론의 핵심 내용과 그것에 대한 해석
- [보론] 오늘의 세계 동학 이해 : 제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미중패권경쟁을 중
심으로 세계 동학에 대한 간략한 해석을 덧붙임
2. 오늘의 세계 정세 이해 [보론]
오늘날 세계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크게 두 개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미중패권경쟁으로 인한 자유주의 패권질서와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다른 하나는 기술과 환경적 요인으로 디지털 전환(또는 데이터 기반 지식경제로의 전환)과 에너지 전환이다. 이 두 요인인 독립적이면서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미중패권경쟁과 세계 경제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제의 안보화’가 나타나고 있다. ‘제재’는 ‘패권경쟁’과 ‘경제의 안보화’가 중첩해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미국의 중국·러시아 제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동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세계 동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간략하게 개요를 소개한다.
(1) 미중패권경쟁 가속화와 미국의 중국 억지 전략 : 인도태평양전략과 디커플링
오늘날 세계 안보, 외교, 군사, 경제, 무역, 기술, 사상 등을 포함한 세계질서와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미중패권경쟁일 것이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2차 세계대전 이후 21세기 초반까지 세계질서를 규정해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 의 변화 또는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국가로 올라선 미국은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도전자를 철저히 무너뜨려왔다. 구 소련이 미국 GDP의 40%를 넘자 소비에트연방 해체를 통해 무력화시켰고, 일본이 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하며 미국 GDP의 45%를 넘으며 미국의 경제패권을 위협하자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을 주저 앉혔다. 그리고 1990 동
유럽 몰락과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경제의 세계화를 완성했다. 세계 시장질서에 편입하여 세계 공장 역할을 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한국에게 ‘중국발 성장동력’이 되어 선진국 진입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은 너무 빨랐고, 중국은 세계 최고의 인구와 시장규모를 활용하여 세계 선진기술을 흡수했고, 일본과 독일을 앞서더니 급기야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중국은 2010년을 일본을 넘어 G2 국가로 부상했으며 2018년년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69%를 돌파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중국을 유일한 도전자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해 왔으며, 중국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점차 강력한 입장으로 대응해왔다. 한마디로 강대강 대결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집권 2기를 시작한 2017년에 중국몽을 발표했고, 같은 트럼프는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 경제를 누르기 위해 관세폭탄을 투하하며 본격적인 제재에 돌입했다.
미국은 경쟁자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크게 두 개 전략축을 강화해왔다.
한축은 안보축으로,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중심으로 대중 안보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아시아에 한미, 미일, 미대만 등 군사동맹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다른 한축으로 세계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핵심에 세계가치사슬과 공급체계의 분리, 그리고 자유주의 체제와 교역을 축소시키는 제재가 있다. 이것인 탈세계화 또는 디커플링의 핵심이라 하겠다.
(2) 기술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과 전환시대 : 데이터 기반 지식경제와 에너지 전환
오늘날 세계 동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다른 하나는 기술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전환이다. 미중패권경쟁으로 촉발된 세계질서 변화는 ‘디지털 혁명’의 기술적 요인과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디지털 전환’ 또는 ‘데이터 기반 지식경제로의 전환’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등 세계적 전환을 중층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전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미국, 중국, 유럽과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산업국가들은 AI, 인터넷과 사물인터넷, 모바일, 빅데이터, 수소기술과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기술 확보와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가주도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3) 경제의 안보화
미중패권경쟁으로 본격화된 세계질서변화, 미국의 중국 억지전략, 그리고 기술·환경변화 요인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전환은 경제 전분야에 걸쳐 ‘안보화’를 가장 중요하고 우선하는 특징으로 드러내게 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 에너지 부족과 세계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에너지 안보화를 부추겼고,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을 미국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세계질서 블록화에 지렛대가 되었다.
한편 코로나 위기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는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시켜 CHIP4와 같은 첨단기술분야 블록화로 이어졌다. 이 블록화가 미국과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경제블록화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세계가 중국과 깊이 연계를 가진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고립과 블록화 의지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경제의 안보화 추세에 힘을 더하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4) 블록화와 신냉전
미중패권경쟁과 기술·환경 요인의 변화가 중첩되어 세계질서 변화와 디지털·에너지전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서쪽 끝에서는 나토, 동쪽에서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중심으로 안보선을 구축하고, 경제적으로 중국을 세계가치사슬과 공급망, 무역에서 분리하려 하고 있다.
이런 미국 전략의 또 다른 의미는 한순간에 중국을 고립·섬멸 또는 복종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으며, 장기전의 핵심이 ‘블록화’다. 그리고 블록화는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안보와 군사동맹 역시 블록화를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신냉전의 도래를 논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미국의 신냉전과 블록화 의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서방 세계의 전열을 정비하고, 서방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시켜 중국과 러시아를 장기적으로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제제’는 이런 측면에서 강력하게 미국이 추진해온 수단 중 하나이다(참고. 2000~2021년 사이 미국의 제재 건수는 900% 증가했고, 제재 프로그램은 2.5
배 이상 늘었다).
관건은 미국의 중·러 분리와 블록화가 효과를 강력하게 발휘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서방 국가들이 미국의 리더십을 따라서 제재와 블록화에 참여할지, 중국과 러시아가 제제와 블록화에 갇힐지, 인도와 중동과 신흥산업국가들이 미국의 리더십을 따를지 아니면 중국의 리더십을 따를지, 인도와 중동과 신흥산업국가들이 자국 이익에 따라서 다양한 처세를 하며 사실상 다극화와 다원화를 주도할지 등 여러 질문과 상관관계에 따라 미국의 중국 분리와 블록화 전략의 향방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