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9] 미국의 러시아 제재 전략과 전망 ①
- 미국의 러시아 제재 전략과 전망 : 해외 언론의 핵심 내용과 그것에 대한 해석
- [보론] 오늘의 세계 동학 이해 : 제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미중패권경쟁을 중
심으로 세계 동학에 대한 간략한 해석을 덧붙임
- 미국의 신 제재전략
Adeyemo, Wally. (2022, December 16). America’s New Sanctions Strategy. Foreign Affairs.
(필자 아데에모는 미국 재무부 부장관)
- 러시아 제재는 성공하고 있다
Milov, Vladimir. (2023, January 18). The Sanctions on Russia Are Working. Foreign Affairs.
(필자 밀로브는 전 러시아 에너지 차관)
▶ 이상 <포린 어페어스> 기고글은 러시아 제재의 효과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음
- 러시아가 석유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
How Russia dodges oil sanctions on an industrial scale. (2023, January 29). The Economist.

- 서구의 러시아 제재가 실패하고 있는 이유
Why the West’s oil sanctions on Russia are proving to be underwhelming. (2023, Feb 1).
The Economist.

▶ 이상 <이코노미스트>의 두 기사는 러시아 제재가 효과가 없다며 강력히 무용론을 주장함

1. 미국의 러시아 제재 전략과 전망
러시아(중국) 분리·고립의 축인 제재
미중패권경쟁과 기술·환경 요인의 변화(디지털전환과 에너지전환)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코로나 위기가 더해지면서 경제의 안보화가 전 분야에 걸쳐 전면적으로 강화되었다. 이것의 의미는 기술, 환경, 에너지, 무역 등 전 분야 걸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경제분야에서 미국의 전략은 중국·러시아를 자유주의 시장체제와 분리·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런 분리(탈세계화, 디커플링)의 목표는 당연히 장기적으로 중국·러시아의 국력을 약화와 세계 영향력 축소이다. 그리고 분리·고립의 두 축이 중국·러시아를 세계가치사슬과 공급체계에서 분리시키는 것과 자유주의 체제와 교역을 축소하는 제재이다.
제재 전략의 성공여부는 미국과 서방의 연대 수준과 경제적 상황이 결정한다.
문제는 미국의 제재가 실효성을 갖고 있는가에 있다. 제재를 미국 혼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여타의 나라들이 중국·러시아 제재에 대해서 동의하고 동참해야 실효성을 가진다. 즉 제재는 경제안보와 외교안보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세계가 중국·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면 제재는 중국·러시아를 봉쇄하고 압박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것이다. 특히 유럽과 인도와 같이 세계 시장의 큰손의 참여 여부는 제재 실효성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일 것이다.
이미 성숙한 세계화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성장과 성과를 내온 인도와 유럽 등 세계가 러시아 제재에 흔쾌히 참여하고 있을까?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로 기업과 가계가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저렴한 러시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유혹을 유럽은 물론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더 절실한 후진국과 신흥산업국들은 참을 수 있을까? 인도와 중국은 물론 UAE까지 러시아 석유를 사서 되팔며 이윤을 챙기는 현실과 외교적 강한 연대를 요구하는 제재가 양존할 수 있을까?
아래에서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여러 기고와 정보를 참고하여 러시아 제재를 톺아 보려 한다.
1. 미국 제재 원칙 : 외교전략과 경제분석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주도해서 만든 보고서 “재무부 제재 보고서 2021(the 2021 Treasury Sanctions Review)”에 따르면,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서는 외교전략 맥락에서 제재를 설계해야 하며, 제재의 개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경제분석 고려가 필요하다.
피하기 어려운 강력한 제재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외교협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제재 목표를 세밀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수효과를 포함한 상세한 경제분석을 제재 계획 수립에 포함해야만 한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하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에게 제재 전략 수립을 지시하면서 러시아 경제에 가장 부담을 많이 주면서도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 및 세계 경제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주문했다. (참고. 2001년 9.11테로 이후 제재 정책 한층 발전. 2004년 미국은 재무부에 제재와 정보활동 담당하는 <테러와 금융 정보국> 신설. 테러리스트와 비국가 적성단체,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국가에 대해 정교한 제재 담당)
2. 미국 제재 전략 : 명확한 대상 설정과 세밀한 타격 전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를 통해 살펴보자. 미국은 러시아 제재를 설계함에 있어서,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축소 목표로 분명하게 세웠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국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의 협력과 경제 제재 대상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제재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경제분석 결과 러시아 금융시스템, 러시아 엘리트, 그리고 러시아 군산복합체를 제재 대상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세 제재 대상에 대한 제재를 크게 두 방향으로 접근했다.
하나는 금융과 외환에 관한 경제제재이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에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 세계 러시아 자산 추적 및 동결하기 위한 국제 테스크포스 구성,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금융기관 퇴출, 러시아 엘리트의 자산 식별과 압수 등 금융과 외환에서 강력한 제재를 단행함으로써 푸틴 정권과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차단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8년간 서방의 제재에 대비하여 6,300억 달러의 국부와 중앙은행 자산을 축적했는데, 제재로 상당 부분의 자금을 전쟁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러시아의 예봉을 약화시켰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로부터의 자본 유출은 2,5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무역과 기술 측면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군산복합체와 중요한 공급망을 타격 목표로 설정했다. 무역제재로 노리는 가장 중요한 의도는 러시아 군산복합체 공장이 계속 가동하는 데 필요한 수입물자를 끊음으로써 러시아는 신식 무기가 아니고 구식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즉 러시아의 군사 능력을 잠식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 생산국인 한국, 대만,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참여함으로써 반도체와 같은 중요 자원을 러시아로부터 차단했다.
미국국가정보국의 추정에 따르면, 이런 군수공급망 타격 결과 6천개 이상의 군사장비 교체 능력을 제거했고, 주요 방위산업 시설이 가동을 중단했으며, 탱크·항공기·잠수함의 핵심 부품 부족을 유발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항전은 러시아의 현대무기를 소모시켜 구소련지역의 낡은 무기나 북한과 이란의 저품질 무기로 대체시켰다. 그 결과 러시아 군사력은 크게 저하했다.
이것은 러시아 제조업에 강력한 타격을 입히는 부수효과도 얻게 된다. 현대 경제가 데이터 기반 지식경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관련 공급망과 세계가치사슬에 따른 무역에 있을 때 가능하다. 미국은 전쟁 발발이후 반도체와 첨단 기술 관련해서 러시아와 무역을 단절시켰고, EU는 가스를 포함해서 러시아 제품을 수입 금지했다. 그 결과 한 분석에 따르면 제재로 러시아 제조업이 타격을 받고 러시아 경제는 전쟁 전보다 30~50%가량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결과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러시아는 수년 또는 수십 년간 경제 침체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다.
1. 러시아 원유 제재 원칙과 접근 : 가격상한제
러시아 원유 제재는 상충하는 딜레마를 풀어야만 했다. 하나는 러시아 원유가 계속 유통되어 세계 시장 안정화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원유 수출 이익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들어가는 것은 막는 것이다.
미국과 서방은 전쟁 발발로 에너지 위기와 가격인상으로 인한 기업과 가계 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원유를 무기화하는 것을 막고 시장에 원유를 공급하게 해서 시장 안정에 이바지하게 함과 동시에, 원유 수출 수익이 푸틴 대통령 금고로 들어가 전쟁 비용과 폭력적 통치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전통적인 제재 방식은 전면적인 엠바고인데, 이것은 이런 딜레마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고,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고안한 제재 전술이 2022년 12월 미국과 유럽연합, 호주 등이 참여한 배럴당 60달러의 “가격상한제”이다. 가격상한제는 러시아 원유를 시장에서 거래하되, 일정 가격이 넘는 원유 수입을 금지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지하고 러시아 정부의 과도한 수익을 막겠다는 것이다.
(참고. 1차 제재 초점은 러시아 ‘원유’라면, 2월 5일 발효될 예정인 2차 제재 초점은 ‘디젤’과 다른 ‘정유’ 제품)
가격상한제와 두 개의 시장
가격상한제는 러시아 원유 시장을 두 개로 만든다. 하나는 가격상한제 이하 가격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러시아 원유가 계속 시장에서 유통되게 한다. 다른 하나는 가격상한제 이상 가격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더 비싸지만 신뢰가 떨어지는 배급자를 찾아야 한다.
가격상한제는 제재에 동참하는 구매자들에게 가격 상한을 설정함으로써 러시아 원유 할인을 제도화한다. 그리고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구매자들에게 더 큰 협상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석유 수입국과 소비자들은 저유가로 혜택을 보는 반면, 러시아 이익은 줄어든다. 가격상한제의 부가적 효과는 값싼 석유가 절실한 후진국과 중진국이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 가격상한제 효과
가격상한제가 잘 작동한 결과 현재 러시아는 러시아 원유를 카자흐 원유와 섞어서 수출하고 있는데, 2023년 들어 1월 29까지 4주 동안 하루 평균 370만 배럴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해 6월 이래 가장 많은 양으로, 2021년 내내 4주간 수출량보다 많다. 가격상한제 옹호자들은 이렇게 많은 러시아 석유 수출이 제재가 성공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제재의 목적이 시장에 러시아 석유가 들어오되 그 수익이 푸틴 대통령에게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상한제는 구매자들의 협상력을 높여준 결과, 수출 루트가 길어져 인상된 수송비에 대해서 러시아가 부담하게 했다.
가격상한제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세계 원유가격 기준인 브렌트유와 러시아 우랄 원유 가격 차이이다. 지난해 한때 러시아 원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도 했고, 여름 동안 러시아 원유가격은 전년대비 배럴당60% 더 높은 가격을 받았다. 이것은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가격상한제 효과로 현재 러시아 우랄유는 브렌트유 대비 38%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과 가격상한제 설계자들은 제재안이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러시아 석유 제재가 먹히지 않는다며 미국의 제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1월 29일과 2월 1일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12월의 수입금지와 가격상한제정책(The December ban-and-cap policy)은 러시아 원유 판매 제한에 성공적이지못했다. 제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기업들은 새로운 가격상한제에 맞춰 일하는
방법을 강구했고, 수송은 유럽 직항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를 경유하면서 회복했다.
1. 배일에 가려진 러시아 석유 무역과 가격상한제를 위협하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석유 수출가격과 운송비용을 서방 세계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 정유업과 무역업체는 가격추적기(price-trackers)를 사용하여 공개된 가격정보 데이터를 공유하지만, 인도는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럽 정유업과 무역업체들은 러시아 서부 항구와 유럽 석유 터미널간 운임비용을 지표를 사용하는데, 러시아-아시아 운임은 비공개이다. 이런 모호성으로 서방 당국이 말하는 러시아 석유 가격 할인은 정확하지 않으며 종종 과장되어 있다.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 우랄 원유에 생각보다 많은 가격을 쳐줬다는정보도 있다. 실제 가격을 알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 낮은 척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인도 정유업체들은 다른 석유 공급자들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회복은 가격상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세계 원유가격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100달러에서 내려 현재 배럴당 83달러이다. 반면 가격상한제
(배럴당 60달러) 이전에도 러시아 우랄유는 약한 협상력과 높은 물류비로 인해서 60달러 이하로 거래되었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로 2023년 중반에 이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다시 100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경우 러시아 우랄유 가격도 상승할 것이고, 고유가 고통을 회피하려는 일부 구매자들은 그림자 무역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2. 세계 에너지 체계를 이탈하는 러시아, 흔들리는 세계 에너지 체계
더 충격적인 것은 러시아 수출 기구의 서구 수송과 금융 인프라 의존을 줄여 제재 범위에서 벗어났다
러시아는 지난해 세계 석유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했었지만, 작년 12월 제재 이후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불과 2달만에 작년 6월 수준을 회복했다. 금수 조치된 석유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로 향했지만, 놀랍게도 목적지 불명의 화물량이 급격히 늘었다. 한때 추적이 쉬었던 러시아 석유는 이제 어둠의 채널을 통해 이동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무역은 호황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한때 러시아 석유 무역, 수송과 보험을 지배했던 서구 회사들은 지난해 11월 이전까지 러시아 서부 원유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었는데, 11월 이후 36%까지 떨어졌다. 1월 1일부터 세계 최대의 재보험사(보험회사의 보험사)들은 더 이상 러시아 항구에서 오는 운송을 보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구 보험사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늘어난 위험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전가해야 한다. 그리고 서구 회사가 물러간 자리에 과거에 석유를 거래하지 않았던 정체불명의 신흥업체들이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제네바가 아니라 홍콩이나 두바이를 근거지로 두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 세계 에너지 체계가 분리되고 위험에 빠지고 있다.

늘어나는 암거래(black trade)
이란과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들이 시도했던 암거래가 점점 커진다. 비밀 고객에게 가는 매우 낡은 유조선은 몇 번 이름과 도장을 바꾸고 여러번 여행한다. 이들은 종종 바쁜 터미널에서 다른 나라 원유와 섞이면서 추적을 어렵게 한다. 최근에 걸프만에 정박한 대형 유조선들이 지브롤터해협에서 작은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화물을 인수하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오만과 UAE는 러시아 석유를 수입해서 다른 석유와 섞은 뒤 이중 일부를 유럽으로 판매했다. 2022년 10개월 동안 오만과 UAE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석유량은 그 이전 3년 동안 수입한 양보다 많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이 생산할 수 있는 양보다 2배 많은 석유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아마 이 석유의 대부분은 이란산이겠지만 러시아 석유도 섞여 있을 것이다.
정유 제재는 회색시장 확대만 부를 것이다
러시아 정유 제품에 대한 제재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러시아 전체 석유 수출액의 1/3을 정유가 담당하고 있는데, 2월 5일부터 유럽은 러시아 정유 제품 수입을 금지한다. 얼핏 중국과 인도는 자국 정유사가 있으므로 러시아 정유 제품 수출지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림자 무역을 활용하여 정유 제품 대신 원유를 더 많이 수출할 것이다. 그러면 유럽은 디젤 확보를 위해 중국과 인도를 찾아야 한다. 그 결과 러시아 원유 수출은 늘어나고 러시아 석유 수출 흐름이 서구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통제는 무력화될 것이다. 제재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자금과 무기 지원을 대신할 수 없다는 교훈처럼 러시아 석유 기피로 전쟁에 승리할 수 없다. 2월 러시아 정유 제품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 석유의 회색시장을 확대할 것이다.
12월에 유럽은 하루에 1백만 배럴의 디젤과 다른 정유를 수입했는데, 이것은 러시아 수출의 55%에 상당한다. 지금 러시아는 새로운 구매자를 찾아야 한다. 중국과 인도는 수요가 적고 세계 시장은 해체되었다. 따라서 러시아의 최고의 선택은 미국의 유럽 수출 확대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량이 줄어든 브라질과 멕시코이다. 그러나 브라질과 멕시코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수요가 적다. 결국 러시아는 정유 대신 회색시장에서 원유를 파는 쪽을 선택할 것이고, 회색시장 중개인들은 크렘린의 영향아래하에 있는 역외 회사 계좌로 송금할 것이다. 그 결과 석유 무역은 지정학에 따라 분화될 것이다. 그리고 노후한 선박 이용이 늘어날 것이고 사고를 대비할 보험사는 손을 뗄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 석유에 관심을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회색시장의 강화와 제도화
러시아 원유 수출은 제네바에 근거를 둔 서구 대형 오일회사와 스위스 상인에 의해 다뤄졌는데, 전쟁 이후 두바이에 근거를 둔 30개 이상의 러시아 무역회사에게 러시아 원유를 거래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도, 스리랑카, 튀르키예 등에 러시아 석유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 신흥 무역회사들은 과거에 러시아 석유뿐만 아니라 어떤 석유 무역에 참여한 바 없다. 이들은 러시아 국영기업의 하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신흥 무역회사들은 회색무역에 참여하는 함단을 편성한다. 유럽연합이 물류에 제재를 고려하자 중고 유조선 시장은 폭발적으로 호황을 맞았다. 지난해에 거의 200척의 중고 원유 운반선이 거래되었는데, 이것은 2021년에 비해 55% 이상 증가한 것이다. 거래된 배들은 대부분 최대 수용 능력이 1백만 배럴의 “아프라막스”급과 “수에즈막스”급으로, 러시아 항구 선창에 적합한 작은 사이즈의 배이다. 현재 아프라막스급에 대한 수요가 많아 최근에는 가격이 3,500만 달러까지 올랐다. 이 가격은 지난해 중국이 20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VLCCS급을 구매한 평균가격이다.
현재 러시아가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은 360척으로 이는 세계 유조선의 16%에 해당한다. 서구 유조선이 러시아 원유를 기피해도, 러시아의 이 그림자 선단이 현재 수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배들의 상당수는 20년 이상 된 낡은 배이며 현재 매우 장거리 수송(흑해에서 유럽은 일주일도 안 걸리는데, 중국까지는 45일 걸림)을담당하고 있다.
신흥 무역회사들은 사업이 호황을 누리자 수백만 배럴을 선점할 수 있는 자금 조달과 사업을 보증할 금융업자를 찾아야만 했다. 서구 은행은 러시아 석유를 기피하기 때문에, 그림자 무역은 러시아의 신용을 이용하고 있으며, UAE 국영기업인 애드녹(ADNOC)이 11월에 러시아 원유를 받기 시작하자 걸프만의 은행들도 이 무역회사들 의 수표에 사인을 시작했다.
회색무역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인도의 원유 탱크는 1/3 이상 비어있어서 더 많은 러시아 원유를 살 여유가 있다. 1월 3일 중국은 정유 수출 할당량을 전년 대비 거의 50% 가량 확대했는데, 아마 러시아 원유를 수입해서 정유 제품을 생산해서 해외에 팔 계획으로 보인다.
러시아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1. 잘못된 데이터에 기초한 제재 무용론
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루블화는 강하고, 러시아 GDP도 나름 괜찮으며, 실업률도 낮다며 제재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에너지부 차관을 역임했던 VLADIMIR MILOV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틀린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런 제재 무용론은 서구의 정책결정자들로 하여금 제재를 중단하게 자극함으로써 푸틴의 생명만 연장시킬 뿐이라며 강력히 비판한다.
실례로 러시아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실업자는 겨우 270만명, 실업률은 3.7%로 양호하다. 그러나 실제로 실업율은 10%로, 실업률이 최악(10~13%)이었던 1990년대에 육박한다.
또 다른 통계 오독은 루블화 환율이다. 강한 루블화 뒤에는 러시아 정부가 개인과 기업의 외환거래를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강한 루블화는 가혹한 통화 통제와 수입 급락과 연결되어 제강분야와 같은 산업 부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2022년 철강 완제품 생산량은 7% 이상 감소했다.
또 하나의 통계 오독은 GDP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GDP가 2.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여기에는 군사관련 생산이 포함된 수치이다. 새로 생산된 탱크는 즉시 전선으로 보내졌으나 우크라이나군의 재블린 미사일에 맞았지만 여전히 러시아 GDP에 명목상 기여로 계산된다. 2022년 10월 오일과 가스 수출은 전년 대비 20% 줄었고, 서구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는 러시아 제조업은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며, 러시아 350만 명 일자리를 책임지는 자동차 산업은 2022년에 2/3으로 급감했다.
2. 필요한 것은 인내심. 제재로 러시아 상황은 더 나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 튀르키예를 통해 반도체와 다른 상품을 우회시키고 있으며, 무역과 투자흐름을 아시아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러시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것은 결국 독점 기업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비싸고 나쁜 제품으로 이어지지 혁신과 좋은 제품 제조로 이어지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오일, 가스, 석탄과 원목과 같은 값싼 원자재를 더 크게 할인해서 구매하는 데만 관심있지 러시아의 제조업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제재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제재가 작동해서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동을 억지할 시간이 필요하다.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비생산적이다. 서구 정책입안자들은 편협한 조작된 지표들 대신 제재의 영향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수행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주장과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미국과 서방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제재 성공론과 강경론 VS. 제재 무용론과 온건론
전자의 관점으로 보면 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전쟁에 더 많은 지원을 해서 러시아를 봉쇄하고 러시아 국력을 소모시켜야 한다는 강경론과 맥락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후자의 관점으로 보면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내고 에너지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는 온건론과 맥락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 형세를 보자면, 전자는 미국 정부와 석유자본의 목소리가 강하게 드러나고 후자는 유럽 기업과 자본, 주민의 목소리가 강하게 대변된다고 볼 수 있다.
제재 성공 여부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당기간 우크라이나전쟁이 지속될 것이며, 올해 봄에 러시아의 강력한 공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제재의 목소리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계속 석유를 팔 것이며,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은 계속 러시아석유를 살 것이다. 그리고 이 석유 중 상당수는 브렌드를 바꾸거나 정유 제품으로 변신해서 비싼 가격으로 유럽으로 팔려갈 것이다. 따라서 이것에 대해 부담을 져야 하는유럽이 어디까지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지도 향후 향방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제재를 뚫고 러시아 석유가 거래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무력화되는 문제를 넘어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자유주의 체제에 큰 부담이 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블록화(신냉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과 인도 등 세계의 큰손이 러시아 석유를 기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쉽지 않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중국의 미국 제재 무력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 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겠지만, 미국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개발뿐만 아니라 중국이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가 사실상 쉽지 않다. 미국이 제재에 대한 접근을 보다 전략적으로, 그러면서 보다 세심하게 접근하려는 것은 이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중심의 러시아 제재는 한쪽에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지렛대로 강경파와 다른 한쪽에는 경제적 현실을 지렛대로 온건파가 힘을 겨루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세계 무대의 주요 행위자들이 자국이기주의를 강력한 모티브로 삼는 전환기임을 고려하면 미국의 제재가 쉽게 관철되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현재 윤석열 정부처럼 무조건 미국을 따라가겠다는 의사표명을 쉽게하거나 말실수로 불필요한 외교적 부담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가치와 원칙을 명확히밝히며 우크라이나전쟁 반대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되, 국익을 위해 모호성 전략과 현실적 접근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