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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21] 바이든의 아시아 동맹 정책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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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21  PDF파일로 받아보기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지난 8월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손을 잡고 있다. (ⓒ15th BRICS SUMMIT 공식 Flickr)
How Joe Biden is transforming America’s Asian alliances
America is working to deter China even as it defends Europe from Russia
※POINT

World Brief 21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표지 주제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다.

이 기사는 중국 주도의 브릭스 확대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아시아) 동맹 강화(주로 호주를 중심으로 오커스 동맹 강화를 근거로 제시함)를 비교하며, 미국의 안보동맹이 중국의 브릭스를 압도할 것이란 전망을 담고 있다.

브릭스의 확대는 중국과 인도의 경쟁심으로 인해 오히려 역할이 제한될 것이며, 군사안보와 금융협력 단계로 발전하기보다 서구에 대항해야 할 공동의 관심사가 생겼을 때만 제한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중국과 브릭스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를, 미국과 오커스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오커스, 중국과 브릭스를 비교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압도적인 우세가 사실일까? 미국의 중국봉쇄는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처럼 브릭스의 확장이 의미가 없을까?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을 겨냥한 안보동맹전략으로 호주와 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 종축과 인도-태평양을 연결하는 아시아 횡축에서 강력한 ‘반중 연대’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호주와 일본의 강력한 동맹에 무게의 중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방위비 부담을 최대한 동맹국가가 분담하면 금상첨화이다. 이 지점에서 지난 3월 대규모의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배치 및 건조를 포함한 호주의 군사전략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 협정은 미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아시아 안보동맹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자 보루인 호주와 미국의 아시아 횡축과 종축의 연결점에 있는 일본은 미국에게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동맹국이자 전략적 거점이다.

군사안보 측면에 무게의 중심을 두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경제와 통화, 금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은 안보협력보다 경제협력을 무기로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물론 이번 브릭스 회원국 확대도 이 지점을 대비해서 봐야한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의 최대 성과는 제15차 정상회의 결과 문서인 '요하네스버그 Ⅱ 선언문'에 담긴 바와 같이 내년 1월 1일부터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브릭스의 정회원으로 초청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회원국 확충은 브릭스 국가와 개발도상국이 단결하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하고 신흥시장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며 브릭스와 개발도상국의 협력을 통한 경제적 기대에 평가의 중심을 두고 있다.(한글판 신화망에 올라온 기사 ‘中 시진핑, 회원국 확충은 브릭스 협력의 新 출발점中 시진핑, 회원국 확충은 브릭스 협력의 新 출발점’)

이번 요하네스버그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의 외교력과 영향력 확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릭스가 확장하면 중국과 인도의 힘겨루기로 브릭스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의 결과는 이런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애초에 브릭스가 노골적인 ‘반서방 동맹’으로 확대하는 것을 거부하는 인도-브라질과 이를 추구하는 중국-러시아 간 의견 차이로 이번 요하네스버그 브릭스 정상회담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중국의 희망에 인도와 브라질이 동참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6개국의 회원국 가입이 성사됐다.

이것의 의미는 이코노미스트의 전망과 달리 매우 중요하고 크다. 경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지정학적 의미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 확대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가장 큰 이슈는 중동지역의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미국 최대의 걸림돌 중 하나인 이란과 함께 브릭스에 가입했다는 점이다. 중동의 구도가 사우디 대 이란의 대결축이 중심인 것을 생각하면 최근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가 여러모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위완화를 결제화폐로 사용하며 ‘페트로 달러’와 ‘팍스 달러리움’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브릭스가 통화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며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가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가입 또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Mukerrim Miftah(an assistant professor at the Ethiopian Civil Service University)는 에티오피아의 브릭스 가입으로 갈등 해소, 평화 구축, 테러 대응 그리고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최빈국인 에티오피아의 정치 경제 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한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1억26백만명으로 세계 인구 규모 11위의 국가이며,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자기 문자를 갖고 있으며 3천년이 넘는 문명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이다. Mukerrim Miftah는 신화망과의 인터뷰에서 “브릭스가 서방의 아프리카대륙 지배에 대응하는 데 에티오피아는 동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전체에 중요한 정치적 거점”이란 점을 강조했다. Miftah 교수의 전망은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북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의 브릭스 가입은 아프리카대륙에서 브릭스의 영향력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화망 기사 <Ethiopia's BRICS membership to elevate economy, regional ties: expert>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오늘, 윤석열 정부의 행보가 과연 우리나라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답답함을 숨길 수 없다. 백보 양도해도 일본과 미국에게 얻는 것도 없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하는 이 정부의 무전략 행보에 변화가 있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희망한다.
How Joe Biden is transforming America’s Asian alliances
바이든의 아시아 동맹 정책의 변화

America is working to deter China even as it defends Europe from Russia
대러시아 유럽 방어와 동시에 중국을 억지 중인 미국

How Joe Biden is transforming America’s Asian alliances. (Aug 24th 2023). Economist.
How Joe Biden is transforming America’s Asian alliances
America is working to deter China even as it defends Europe from Russia

미국과 중국의 동맹 쟁탈전이 뜨겁다. 동맹 쟁탈전의 의미는 무엇이며 누가 승리할까? 지난달에 이 쟁탈전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중국이 주도하는 동맹체제로, 서방에 대응하는 신흥경제국 블록이다. 이것은 이번 주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담의 목표이며, 인도의 모디 총리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방위 네트워크이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의 시도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모여서 만든 브릭스가 천명한 목표는 회원국 확대와 개발 대출 및 금융 결제와 같은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브릭스는 2024년 1월에 회원국 가입을 목표로 아르헨티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서 6개국을 이번 요하네스버그 브릭스 정상회담에 초대했다. 이 사례는 세계 질서에서 서구의 주도력을 경감시키려는 브릭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브릭스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관철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만약 브릭스의 목표가 보편 가치의 추구라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푸틴을 체포할 것이란 두려움에 푸틴이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영상연설을 해야만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브릭스 회원국이 늘어나면, 긴장 또한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브릭스가 확대되면 인도의 영향력은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릭스의 방위협력은 불가능할 것이며, 경제와 정치체제 차이가 커서 브릭스 회원국 간 통화공유는커녕 공동의 금융 인프라 구축 열망은 이뤄지기 어려운 욕심이다. 브릭스는 더 폭넓고 지속적인 협력 활동을 통해 세계 규범과 제도를 세우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기에 결국 중요하지만 제한적인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브릭스 회원국은 에너지 전환에서 부자 나라의 의무와 같이 그들이 동의하는 의제에 한해서만 협력할 것이다. 그리고 가끔 서구가 주도하는 제도를 공격하거나 저지하기 위해 공동행동을 할 것이다.

이와 다른 미국 주도의 동맹을 비교해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가 다시 활성화됐고,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했으며, 스웨덴은 가입을 앞두고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반중국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8월 18일에 바이든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일본과 한국 정상과 정상회의를 가졌다. 한일은 오랜 갈등을 뒤로하고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와 군사 핫라인 구축을 동의했다. 이 정상회의에 앞서 미국은 필리핀과 파푸아뉴기니와 더 많은 군사기지 사용 협상을 타결했다.

또한, 3월에 체결한 오커스 협정에 따라 호주와의 방위협력은 “깨질 수 없는” 관계로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전쟁이 발발할 경우, 호주는 미국의 편에서 싸울 가장 강력한 의지를 가진 국가이다. 호주의 육해공군 기지는 더 많은 미군을 수용하기 위해 확장 중이다. 오커스 협정에 따라 호주는 미국과 영국이 공동 개발한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장거리 무기를 확보 중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3국은 초음속 미사일에서 수중 드론에 이르기까지 다른 군사기술에서도 협력하길 원한다.

※ 참고. 2023년 3월 미국, 영국, 호주 3국의 군사동맹인 오커스 동맹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때 주요 내용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과 배치에 관한 ‘호주 핵추진 잠수함 공급 계획’과 수중 드론, 극초음속 미사일, 차세대 위치정보시스템을 위한 양자기술, 인공지능, 사이버전, 전자전 등 광범한 분야에서 군사기술 협력을 다짐했다. 오커스의 이런 군사동맹과 군사기술협력의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관련 참고 기사: <‘오커스’의 핵잠수함, 남중국해 코앞에…핵 확산 빌미 되나> (한겨레. 2023.4.4.)

미국이 맺고 있는 안보협정의 교직을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의 아시아로의 전환(pivot to Asia)이 어떻게 가속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이든은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억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미국 의회가 더 많은 일이 이뤄질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 호주 핵추진 잠수함 공급 계획에 따른 첫 번째 단계인 2030년대에 호주에 버지니아급 잠수함 판매를 미국 의회는 승인해야만 한다. 그리고 미국 의회는 동맹과의 원활한 방위협력을 위해서 국제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 ITAR)과 같은 까다로운 규제를 철회해야만 한다.

이런 계획들은 여전히 약점을 갖고 있다.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에게 중국은 가장 큰 교역국인데, 바이든의 보호주의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균형 제공을 가로막고 있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추진하고 트럼프가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나토”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은 대만방위는커녕 상호방위에 대한 다자간 확약도 없다. 호주 정부가 초당적인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려면 동맹 비용에 대해 더 솔직해져야만 한다.

끝으로, 만약에 트럼프가 2024년에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의 미국 안보동맹의 부활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안보동맹 강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하다. 안보동맹의 이유들이 더 그럴듯할수록, 아시아 안보 비전은 초당적이며 모두에게 더 좋다는 것을 의회는 더 많이 입증할 수 있다. 지난 7월 한 달은 미국의 우방과 동맹 네트워크의 활력과 이와 경쟁하는 대체재 구축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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