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17] 미국 패권전략의 변화
World Brief 15호와 16호에서, “15호~21호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망에 관한 최근 주요 분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최근 주요 분석을 이틀이나 사흘에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고 했고, 이번 17호에 소개할 자료로 “The Myth of Neutrality”를 선정했음을 예고했다. 이 자료는 최근 미국발 자료에서 엿보이는 미국의 기류변화와는 달리 여전히 미국의 일방주의적 힘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의 방향은 일방주의 일변도에서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상징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디리스킹’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영속적인 세계 패권에 대한 전략적 목적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속도와 방법에 있어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대외관계나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기류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자료를 8월 중에 연이어 소개하려 한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흥미로운 최근 자료가 있어서 “The Myth of Neutrality”를 뒤로하고 “The Illusion of Great-Power Competition”을 먼저 소개한다.
“The Illusion of Great-Power Competition”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 중 하나인 CSIS에서 중국과 일본 전문가로 아시아 전략에 관여하고 있는 BLANCHETTE과 JOHNSTONE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 글에서 독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메시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변화에 대한 지점이다. 그래서 본 자료의 제목과 달리, 17호 제호를 “미국 패권전략의 변화”로 잡았다. ‘미국 패권전략의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은 21호나 22호에 담을 생각이다. 15~16호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7~8월에 여러 연관된 자료를 담백하게 소개한 이후 이 자료들을 관통하는 해석을 담을 예정인데, 이때 미국 변화 기류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미리 한 가지를 말하자면, 미국 패권전략의 목적과 본류의 변화가 아니라 접근과 방식에서 변화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미국의 호흡이 길어졌다는 것과 주변 동맹의 사정을 살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속에는 중국의 힘에 대한 현실적 인정과 주변 동맹국과 아시아를 포함한 지역에서의 미국 위상의 변화, 세계경제와 미국 경제의 위기 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주 동안 발행한 “The U.S.-Chinese Economic Relationship Is Changing—But Not Vanishing”와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 그리고 오늘 발행하는 “The Illusion of Great-Power Competition”를 골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지난 주에 발행한 “The U.S.-Chinese Economic Relationship Is Changing—But Not Vanishing”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의 전략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5월에 발행된 글이지만, 미국의 접근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글이라 판단해서 7월달 발행된 글들에 앞서 소개했다.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은 7월 14일에 <포린 어페어스>에서 발행된 자료로, “제도적 균형전략”을 분석틀로 미국 대외정책의 완급조절과 장기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The Illusion of Great-Power Competition” 역시 완급조절과 전략과 정책 수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자료들에서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맥락 중 하나는 미국의 동맹과 대외전략 파트너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이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미국의 강달러와 경상수지, 미국의 중장기 전략과 동맹국과의 관계, 다가오는 미국 내 선거,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와 대외관계와의 관계, 미국 경제의 적신호 등 여러 요인과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읽을 수 있도록 다음주부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글이나 달러와 미국 경제에 대한 글을 소개할 예정이다.
패권경쟁에 대한 미국의 착각
Why Middle Powers—and Small Countries—Are Vital to U.S. Strategy
중·소국가(中·小國家)가 미국 전략에서 중요한 이유
Jude Blanchette and Christopher Johnstone. (2023, July 24). The Illusion of Great-Power Competition. Foreign Affairs.
CHRISTOPHER JOHNSTONE 역시 CSIS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전문가. 2021~2022 미국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담당 국장, 2014~2016 일본 및 오세아니아 담당 국장 역임)
※ 참고 : 원문에 “middle and small powers”를 중·소국가(中·小國家)로 번역했다. 이 의미는 경제적 규모와 역량이 상대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비해서 작은 국가들을 의미한다. 즉 경제적 중견국가와 약소국가 또는 후발산업국이나 신생산업국을 다 포괄하고 있다. 원문을 보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국가가 아세안 소속 동남아 국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나중에 종합적인 설명을 할 21나 22호에서 다루겠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가장 중요한 각축장이 인도-태평양 지역이며, 이것은 다시 말해서 동남아 국가를 놓고 미·중의 경제와 외교, 군사안보 등에서 전면적인 줄다리기가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국제정치가 혼동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에게 현재 국제정치의 변화와 특징은 미국 대 중·러의 경쟁으로 꽤 명확해 보인다. 즉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시진핑 중국 주석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시위는 세계를 분열시키고, 미국과 동맹국들을 “신냉전(new Cold War)”으로 끌어들였으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 맞서게 되었다.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주인공인 국제적 패권 경쟁의 시대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은 이런 관점을 반영하여 “다음 시대의 주도권을 놓고 두 강대국은 경쟁 중이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통합과 상호의존성의 21세기, 미·중 경쟁은 양국 경쟁을 넘어
사안별 파트너와 연합을 결성하고, 이 연합 간 경쟁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프레임은 현 국제정치의 변화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낡은 분석틀이다. 이런 프레임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만을 강조하는 반면, 미·중 양국의 상호의존과 두 나라가 의존하고 있는 중·소국가(middle and small powers)와 여러 경제 주체 및 비정부기구를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정치체계와 사상이 극단middle and small powers)적으로 다른 두 강대국의 경쟁은 과거 냉전과 유사해 보이지만, 21세기 세계 체제의 특징인 통합과 상호의존성은 20세기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미국이 직면한 경쟁은 중국과의 양자 경쟁으로 단순화할 수 없으며,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으로 명백하게 나눌 수 없다. 그 대신 특정 이슈나 여러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로 모인 비공식 파트너 그룹과 연합의 경쟁이다. 할 브랜즈와 잭 쿠퍼(Hal Brands and Zack Cooper)가 2020년에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런 연합은 당면 이슈에 따라 달라진다. 실례로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첨단기술 관련 이해당사자와 다를 수 있다. 구성원들이 모두 자발적이고 뜻이 맞는 연합도 있고 필요와 편의에 따라 만들어져 관계가 서먹한 연합도 있다.
특정한 이슈로 모인 연합의 세계에서, 때때로 미국은 미국의 가치와 이해를 지지하지 않거나 심지어 노골적으로 미국에 적대적인 행위자와도 협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미국은 이 행위자들이 미국의 목표와 부합하도록 때론 유인책을 쓰고 때론 노골적으로 압박해야만 한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를 갖고 이런 연합과 그룹 및 개별 관계를 능숙하게 관리한다면, 미국은 미국의 이해를 증진함과 동시에 탄력적이고 안정적인 세계질서를 구축해서 동맹과 파트너의 번영을 지속시킬 수 있다.
통합과 상호의존성은 미국의 전략과 전술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과 전술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롭고 장기적인 사고방식이다. 우선, 효과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 미국 당국은 유럽·동남아·아프리카의 중·소국가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중·소국가는 날로 강해지는 중국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긴밀한 관계뿐만 아니라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동맹 간 관계 속에서 대규모 전략을 추진하려면, 미국은 상호의존과 자율 사이, 다극화와 분열 사이의 모호한 회색지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여야만 한다. 그리고 미국의 뜻에 기꺼이 동조하는 파트너들과 여러 사안을 넘나들며 함께 해야만 한다.
연합 중심 접근은 가장 낮은 공통분모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 중에서도 당면한 사안에 대해 미국의 뜻과 일치하는 핵심 파트너와의 조율에 초점을 맞춰야 임시 파트너 또는 연합 네트워크를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접근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왔지만, 현재 워싱턴에서는 이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일방주의를 옹호하는 이 목소리는 미·중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만 보고, 미국 파트너에게 어느 편인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주의 자세는 베이징이 미국과 파트너들 주변이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틈을 내주게 되며, 그 결과 미국은 더 고립되고 안보 약화로 귀결될 것이다.
AROUND THE WORLD (세계를 둘러보라)
미국의 동남아 중·소국가와 군사안보협력의 다양화
현재 새로운 사고방식이 가장 필요한 사안은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다. 중국의 공격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서, 미군은 중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과 일본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미군 주둔 확대와 방위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호주를 제외하면, 워싱턴이 새로 찾을 수 있는 곳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의 섬들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십 년 동안, 인구 5백만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공식 동맹관계는 아니지만 연안 전투함과 정찰기, 그리고 조만간 드론을 지원하는 동남아시아의 미군 주둔지이다. 싱가포르는 물류와 급유의 허브 역할도 한다. 최근 미군의 필리핀 접근과 군사훈련, 교육에 관한 협정이나 파푸아뉴기니의 방위협력 심화 등은 이런 파트너 확대와 다변화를 위한 미국 노력의 결과이다.
미국의 동남아 중·소국가와 경제협력의 다양화
경제 측면에서, 첨단기술 개발‧생산의 토대가 되는 복잡한 공급망과 혁신생태계는 전례 없는 세계 경제 통합을 주도하고 있으며, 작은 국가의 경제가 핵심 산업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더 안정적인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서, 미국 당국은 네덜란드, 일본, 한국, 대만과 더 깊은 협력을 모색 중이다. 그리고 중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와 인도네시아, 남미와 아프리카의 잠재적인 미국 파트너들은 주요 대체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이 유럽과 남방국가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소국가가 패권 경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국가가 미국의 이점과 힘을 감소시키진 못할지라도, 21세기 연합의 경쟁 시대에서 중·소국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구 2천만 명도 안 되는 네덜란드의 ASML이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추인 것을 눈여겨보라. ASML은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logic chip) 제조에 필요한 최신형 광학 노광 장비의 유일한 공급자이다. 그렇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10월 중국의 반도체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을 제한하는 전면적인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 조치의 성공 여부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또 다른 주요 공급 국가인 일본과 더불어 네덜란드의 협력이 중요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힘을 제한하려는 워싱턴의 노력은 세계 경제 18위 국가의 지원과 한 민간 기업의 협조에 성패가 달려 있다.
물론, 오랜 기간 조약을 맺어온 동맹국과 세계 주요 경제국은 앞으로도 미국 전략의 핵심축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G7포럼이 재활성화되었고, 현재 러시아에 맞서고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조정하는 주요 공간이 되었다. 중국과의 경쟁과 관련한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과 같은) 전략적 이슈와 관련해서, G7과의 협력은 미국에게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막아주려면, 다른 나라들 역시 미국과 같이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G7과 연합을 구축할 때 가능하다. 국방 분야에서, 미국과 나토의 아시아 조약동맹은 미군의 주둔과 활동에 대한 법적 틀을 제공하고 미국 전략의 지속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대중국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 의존하는 크고 작은 모든 국가와 통상 파트너 간의 주요한 역학관계는 세계 전역과 패권 경쟁의 모든 중요한 영역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이 표준 기준을 설정하는 기구에 대한 영향력 구축이나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는 효과적인 방어 태세의 성공 여부는 중·소국가를 포함하여 다양한 행위자들과 협력하고 조율할 수 있는 워싱턴의 능력에 달려 있다.
성공적인 연합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파트너들이 직면하고 있는 기능적·구조적 현실을 면밀히 살펴보고 세심함과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연합이나 그룹의 중요한 참여국가 대부분은 중국과 경제적 · 외교적 관계가 매우 깊을 것이며, 반중 블록에 참여하는 것을 꺼릴 뿐만 아니라 자국의 정치적 현실 때문에 그럴 능력도 부족하다.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회피하는 것은 크고 작은 나라 할 것 없이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아시아에서 중국 패권 강화를 가장 경계하는 일본조차도 중국발 성장동력으로 현재의 번영을 이루고 있으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소속 국가들 역시 중국과 깊은 경제적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연합 파트너들과 중국과의 상호의존 관계는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때론 미국의 활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 있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야망을 경계할지라도, 중국과 정면으로 맞서거나 비난할 국가는 없으며, 미·중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균형을 추구할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인 대부분은 미·중 패권 경쟁의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측한다. 응답자의 60% 이상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해 자국의 안보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과 가까운 국가에게 있어서 이런 갈등에 대한 우려는 실존적이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에 대한 최근 인터뷰에서 “‘코끼리가 싸우면 풀만 망가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지금 우리가 풀과 같은 처지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에서, 중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당국은 경제 발전과 군대 현대화를 위해서 미·중 통상관계에 의존하는 등 경제·군사적으로 미·중 관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미국이 통제하는 세계 금융체계를 지속해서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첨단반도체 설계와 제조에서 한국·일본·대만·미국·주요 유럽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 중국은 정치체제와 자급자족 경제에 대한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중국공산당의 (미국과 대외)의존성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의존성은 중·러관계가 중·유럽관계를 위협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필사적으로 유럽의 무역과 기술 파트너와 관계 강화 노력과 동시에 모스크바와 좋은 관계를 추구하는 이유이다. 미국처럼 중국 당국 역시 무역의 세계(세계 가치사슬) 속에 묶여있는 것이다.
GET REAL (현실을 받아들여야)
미국,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파트너 국가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미국은 유연한 국제체제를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따라야만 한다. 첫째, 세계에서 중국과 등지려는 국가는 거의 없으며, 미국이 파트너에게 중국과 관련해서 제로섬 선택을 제안할 땐 매우 신중해야 하며, 미국의 중대 이익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서 필요한 협력의 필수 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을 구할 땐 외교적 노력과 인내심을 최선을 다하고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못할 경우엔, 워싱턴은 파트너 정부가 자국의 이익과 지역 현실에 맞춰 중국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기술분야 경쟁에 있어서, 군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첨단기술로 경쟁 분야를 좁혀 “좁은 마당”에 “높은 담”을 세우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이런 식의 접근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워싱턴은 국내에서 제기되는 반발과 압력을 견뎌내야만 한다. 이런 반발은 주로 지속적인 통제 리스트의 확대 압력과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고안된 여러 수단의 수용이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 국가와 통상 행위자가 미국의 리더십을 따르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가치가 있지만, 첨단기술을 제외한 기술이나 해외 투자 통제(outbound investment screening, 월스트리트 달러가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와 같은 조치들은 신중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통상 상대가 손해를 피함으로써 완성도 높고 규모에서 더 큰 연합이 가지는 효과를 지속할 수 있다.
대만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지난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공동성명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국가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성을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천명하지만, 대만에 대한 정치적 또는 물질적 지원은 또 다른 문제이다. 심지어 대만해협을 둘러싼 분쟁에 크게 영향을 받는 일본과 같은 국가도 그렇다. 워싱턴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계속 대만을 지원하고, 대만 문제를 세계의 의제로 만들고, 대만 경제 회복력과 세계 경제와 통합 강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대만의 번영과 안보를 지원하기 위한 연합을 확대하기 위해서, 미국은 중국의 호전성에 대한 단호한 행동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끌려 들어가기를 꺼리는 많은 중·소국가의 이해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한다. 워싱턴이 진심으로 베이징을 억지하고자 한다면, 연합의 규모가 크고 일관성과 높은 신뢰의 연합이 필요하다. 이 연합의 파트너 국가는 베이징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공격을 단행한다면 막대한 외교·경제·군사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자국의 방식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양안 문제 접근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할수록, 미국은 현재와 잠재적 연합 참여국에게 미국의 노선에 동참할 수 있는 더 큰 자신감과 정치적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 경쟁에서
중국에 비해 초라한 미국의 경제 유인책으론 미국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게 긴밀한 대미 관계 유지가 최우선 문제일지라도, 이 국가들 대부분은 베이징과 막대한 물질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계속 슬럼프에 빠진다면, 10년 후는 지금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미국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워싱턴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에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국의 이익 증진이라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했는데, 이 부분에서 미국은 부족했다. 많은 아시아 국가는 호주·일본·필리핀·한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등 인도-태평양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신 안보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강력한 지역 경제 아젠다의 부재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중국이 제공하는 투자 확대와 무역 연계에 비하면 초라하다. 법적 구속력 있는 무역협정을 통한 미국 시장 접근 확대 약속은 가장 설득력 높은 수단이다. 이 무역협정은 미국 파트너 국가의 협력과 무역협정이 없다면 파트너 국가 내부에서 회피할 결정을 하도록 장려한다. 미국 전략의 핵심 요소는 다자간 무역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약속과 시장접근 협정 협상을 포함해야만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이런 접근이 미국 내부의 강력한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파트너 국가에게 손에 잡히는 유인책을 주지 않고서 대중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와 통상 기회를 희생하라고 할 수는 없다.
워싱턴은 파트너 국가의 국내사정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절제된 조치가 필요하다
워싱턴은 파트너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국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더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 일부 연합과 개별 파트너 국가가 사적으로 한 말과 공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 다른 것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반중(反中)을 할 수 없는 정치와 경제적 현실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관료들은 사적으로 중국의 의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지역 질서에 중국이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미국의 행동과 노력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중국의 정치·외교·경제적 반발을 불러온다. 경제와 군사 초강대국인 미국은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압력을 견뎌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국가는 이런 여력이 없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직면한 연대 국가의 회복력 강화를 지원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툴킷이 형성될 때까지, 미국은 경제적 약소국이 직면한 실질적 위험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워싱턴은 미국 파트너 국가의 국내 현실을 반영해서 미국의 레토릭이나 행동을 조정함으로써 연대 국가의 현 지도자들과 잠재적 지도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 전략적 경쟁 관점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을 보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모멘텀 강화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다. 최근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지도자의 공동성명은 효과적으로 잘 조정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이 공동성명은 쿼드의 인도-태평양 협력 강화 계획은 담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다. 워싱턴이 중국의 수정주의를 밀어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합을 재빠르게 많이 구축해야만 하는데, 불필요한 말을 아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때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