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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16] 미·중 경쟁과 아시아 발전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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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
Institutional Balancing Promotes Stability in Asia.

World Brief 15호~21호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망에 관한 최근 주요 분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최근 주요 분석을 이틀이나 사흘에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미․중 경제 관계에서 최근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미․중 경제 관계를 경쟁 일변도인 “디커플링”에서 주요 첨단기술과 전략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디리스킹”으로 톤이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디리스킹의 방향성이 미․중 양극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디리스킹 전략의 핵심이 AI나 양자컴퓨터, 바이오, 환경과 에너지 전환 등 미래첨단기술과 산업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며, 종국에는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맹에게 미국이 보내는 메시지 역시 이런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종국에는 어느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으며 어설픈 중립은 신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결국 미국은 단기적으로 동맹을 압박해서 중국을 봉쇄하고 중국을 배제한 세계 가치사슬과 공급사슬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되,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선진국과 선도기술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고,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포함하여 전환시대와 지식경제시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판도를 재구축하겠다는 의지와 전략을 강력하게 발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4 당사자의 의도와 샘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는 이제 종전을 준비해야 하며, 그 경계선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전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의 완충지대, 즉 한국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성격의 땅이 되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전쟁을 지속할 것을 주장하며, 서방에게 보다 강력한 무기지원을 “지속적이고, 빠르게”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나토 동진을 통한 러시아 봉쇄와 러시아의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가장 강력한 구조가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세 당사자는 우크라이나의 인내심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끝으로 미국 대외전략과 패권전략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 중 하나인 중동에 대한, 특히 에너지를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의 물고 물리는 관계에 대한 분석을 소개할 것이다.

미․중 경제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사우디 관계 등은 미국 패권을 중심으로 크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함께 소개하고 그 관계에 대해 분석과 해석을 제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분석기사 당 A4지 6~8쪽에 달하는 분량을 7~8개를 한꺼번에 소개하는 것이 개인 능력으로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읽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틀이나 사흘 간격으로 하나씩 소개하고, 맨 마지막에 이 기사들을 묶어서 종합적인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중 경제 패권 경쟁 관련 2

현재 필자가 소개하려는 미․중 경제 패권 경쟁 관련 기사는 <포린 어패어스>에서 최근에 소개한 기사 세 편이다.

오늘 소개하는 기사는 7월 14일에 발행된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으로, “제도적 균형전략”을 분석틀로 미·중 경쟁이 세계 모두에게 이익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속도 완급조절과 장기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7월 24일에 소개한 기사는 “The U.S.-Chinese Economic Relationship Is Changing—But Not Vanishing”으로, 미·중 경제 경쟁 관계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변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금요일 또는 다음주 월요일에 발행 예정인 미․중 패권 경쟁 관련 세 번째 기사는 “The Myth of Neutrality”로 미국과 중국의 중립에 설 수 없으며, 결국에는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글이다.


7월 24일자 월드브리프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사정에 따라 계획이 다소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린다. 일전에 함께 보면 좋은 글들을 함께 묶어서 내봤으나, 분량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에 지금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어떤 글들은 다소 시기를 놓쳐서 소개할 준비를 하고 발행하지 않은 글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사정에 따라서는 다소 글이 길더라도 묶어서 낼 수도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지역 관련 글이 미․중 패권경쟁 관련 글을 소개하는 중간에 발행할 수도 있다. 독자들께서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시의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것이니 이해를 구한다.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
미․중 경쟁과 아시아 발전

How Institutional Balancing Promotes Stability in Asia
아시아의 안정성을 강화시키는 미·중의 제도적 균형

Kai He. (2023, July 14).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 Foreign Affairs.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
Institutional Balancing Promotes Stability in Asia.

(필자 Kai He는 호주의 그리피스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이자, 거버넌스와 공공정책센터 소장이며, 미국평화연구소의 비상임 선임연구원)

2022년 11월 발리에서 열린 G-20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양국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신냉전은 필요 없다는 믿음은 확고하다(I absolutely believe there need not be a new Cold War)”라고 말했고, 시진핑은 양국은 “대립 없는 평화 공존(no confrontation and peaceful coexistence)”에 이해를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군사적 충돌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피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양국이 전쟁을 피할 수 있을지라도 두 나라의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세계는 두 나라의 경쟁을 불안하게 볼 것이다.

미·중 경쟁의 대안전략, 일극시대에서 양극시대로 길을 밝히는 제도적 균형전략

그러나 미·중 경쟁과 관련해서 “제도적 균형(institutional balancing)”의 부상이라는 희망이 있다. 군비증강과 안보동맹을 통한 전통적인 군사적 균형과는 달리, 제도적 균형은 국제기구와 관련된 규칙과 규범을 활용하여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일부 학자들은 제도적 균형을 사태가 급박한 또 다른 대결의 축, 심지어 전쟁의 한 형태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도적 균형은 전쟁보다 덜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유익하다. 제도적 균형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다자기구를 강화함으로써 관계와 역동성을 높이고, 공공선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촉진한다. 제도적 균형은 군사적 충돌에 의존하지 않고 책임 있게 경쟁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미국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한 도전을 적대와 불안정으로 보는 냉전(Cold War) 프레임으로 보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만약 워싱턴과 베이징이 제도적 균형을 추구한다면, 양국은 미래를 과거 일극시대(unipolar age)보다 더 평화로운 양극시대(bipolar age)를 만들 수 있다.

A NEW KIND OF BATTLEFIELD (새로운 유형의 전쟁터)

제도적 균형 두 유형 : 포용적 제도적 균형과 배타적 제도적 균형

제도적 균형은 국제정치에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과 중국은 패권 강화를 위해 제도적 균형을 추구해왔다. 제도적 균형은 포용적 전략과 배타적 전략으로 나뉜다. 포용적 제도적 균형(Inclusive institutional balancing)은 한 국가가 경쟁국가를 국제기구에 편입시켜 국제기구의 규범이 경쟁국가의 행태를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2001년 미국이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노력을 들 수 있다. 중국 가입 승인은 중국 경제를 부분적으로 자유화시켰고, 다른 나라들은 중국에 대한 불만을 WTO 프레임 안에서 제기할 수 있게 했다.

반대로 배타적 제도적 균형은 경쟁상대를 협정(agreement)이나 기구(institution)에서 배제해, 경쟁국의 영향력 약화와 불리한 측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이 2008~2015년에 걸쳐 의도적으로 중국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배제한 것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배제로 중국은 세계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과 접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사이 제도적 균형의 두 단계 : 포괄적 균형에서 배타적 균형으로 이동

지난 30년간 미·중 사이의 제도적 균형은 두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1990년대 초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까지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와 세계화로 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일극시대이며, 일극시대엔 미국이 중국보다 월등히 영향력이 강하다고 여겨졌다.

이 시기에 미·중 양국은 포괄적 제도적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기존의 다자기구를 주로 이용했는데, 특히 아세안(ASEAN)을 활용했다. 미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세안지역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은 특별히 중국에게 유용했다. 1994년 이래로 중국은 불간섭 원칙을 주장하며 ARF에서 대만 문제를 다루는 것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미국 역시 2015년 아세안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과 2016년과 2020년 미국-아세안 정상회담을 통해 아세안과 관계를 강화했다. 아세안은 미국에게 있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FOIP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대응정책. “중국 포위 구상”이라고도 함)” 전략의 중요한 외교 파트너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는 데 ARF를 활용했다. 1998년, 미국과 아세안은 ARF를 통해 중국의 군사적 투명성 강화를 요구했고, 중국은 이에 따라 첫 번째 국가안보백서를 발행했다.

미·중 제도적 균형의 두 번째 단계는 현재 진행중이다. 2008년 이후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약점을 노출했고, 비서방과 신흥경제국은 미국 헤게모니에 더 공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제도적 균형의 지형에 변화를 촉발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겨냥한 배타적 기구를 새로 창설하면서 포괄적 제도적 균형에서 배타적 제도적 균형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2017년에 미국은 10년 전에 견인력을 상실했던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를 재개했다. 쿼드에는 호주, 인도, 일본이 미국과 함께 참여한다. 쿼드 재개 5년 동안 쿼드 참여국은 합동군사훈련을 강화했고, 백신 외교와 기후변화, 기술과 인프라 등에서 많은 이니셔티브(중요한 신규 계획)를 발표했다.

중국 역시 미국을 배제한 안보기구를 창설하거나 확장함으로써 배타적 제도적 균형을 추구했다. 대표적인 신규 사례는 중국이 2013년에 시작한 일대일로 구상(the Belt and Road Initiative, BRI)이다. 이 구상은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총 8조 달러가 넘는 대규모 인프라 발전과 투자계획이다. 기존 기구의 확장 사례는 아시아의 협력과 평화 그리고 안보 증진을 위한 정부 간 포럼인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 The 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in Asia)이다. CICA는 수년간 사실상 빈사 상태로 있었는데, 중국이 2014년에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를 주창하면서 CICA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것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인 미국 주도의 양국동맹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중국은 유라시아대륙에서 미국 패권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상하이협력기구의 출발은 테러리즘과 민족 분리주의, 그리고 종교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 2001년에 러시아와 함께 창설한 지역 기구이다. 2017년에 중국의 지원 속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함으로써, SCO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포괄하는 지역 기구가 되었다. 그리고 2022년에 이란 가입에 이어 벨라루스가 올해 가입할 예정이다.

THE BATTLE’S YIELD (전투 산물)

미·중 경쟁은 신흥경제국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 줬다

표면적으로, 배타적 제도적 균형으로의 이동은 미·중 경쟁의 종식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제도적 균형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안정과 안보를 강화시켰다.

첫 번째로, 제도적 균형은 기존 지역 기구들이 주변화되지 않도록 개선하는 데 이바지했다. 실례로 아세안의 약점 중 하나가 지역안보대화에 가입국 국방장관이 참여하지 않았던 것인데, 마침내 이 문제를 21세기 초반 10년 동안 해결했다. 아세안은 2006년에 아세안 국방장관 회의를 설치한 데 이어, 2010년에 호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뉴질랜드, 러시아와 미국 등 8개국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포럼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이 회의를 연례 포럼으로 정례화함으로써, 참여국 간의 안보협력을 크게 강화했다.

두 번째로, 워싱턴과 베이징의 영향력 확대 열망을 이용하는 새로운 다자기구가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아시아안보회의(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회의가 개최돼 샹그릴라 대화라고도 함)로,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가 주관하는 연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다. 여기에는 아시아-태평양과 그 주변국의 고위 국방 관료들이 모여서 지역 안보 문제를 토론하고 논쟁한다.

미·중 간 제도적 균형은 이 지역 내 개별 국가의 이익과 직결된다. 미·중은 아세안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리더십을 갖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만 했다. 실례로 지난 25년 동안 동남아시아의 리더들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합법적이고 구속력 있는 국제 행동 규범을 갈망했다. 중국이 2002년에 구속력 없는 남중국해 행동선언(Declaration on the Conduct in the South China Sea, DOC)에 서명했지만, 수년 동안 이를 단호히 외면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중국이 아세안을 통해 제도적 힘을 행사할 방법을 모색하자, 아세안은 중국에게 행동규범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했고, 2018년에 협상 초안을 도출했다. 그리고 미·중 경쟁이 격화되자, 2023년 초에 베이징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일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 역시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함께 자리했다. 같은 해에 미국은 지역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틀인 동남아시아 우호협력조약(Treaty of Amity and Cooperation in Southeast Asia)에 참여했다. 그리고 3년 후에 미국은 공식적으로 연례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에 가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건, 교통, 여성 역량 강화, 환경, 에너지 계획 등에 대해 아세안과 협력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가 매년 1천만 달러를 동남아의 신규 국방 지도자 훈련과 이들과 미국 관계자 간 관계 증진에 투자할 것을 승인했다.

시진핑의 일대일로와 바이든의 더 나은 세계 재건

결국, 이런 제도적 균형 게임은 아시아 전역에 걸쳐 인프라 개선에 기여했다. 중국은 지역 영향력을 촉진하기 위해 일대일로 구상을 토대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설립했다. 미국은 중국의 인프라 계획에 맞서 2019년에 호주와 일본에게 친환경·인프라 인증체계 개발 계획인 블루닷 네트워크(2019 Blue Dot Network)를 제안했다. 그리고 2021년에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Build Back Better World initiative, B3W; G7이 추진하는 글로벌 인프라 사업 계획)과 2022년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PGII; 중국의 인프라 개발 사업인 일대일로에 대응해서 환경·정보통신·성 평등·보건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에 6000억 달러 투자계획)을 제안하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맞불을 놨다.

개발도상국들은 이런 미·중 경쟁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미국은 아세안에 한 공약과 PGII에 따라 2021년에 동남아 신흥경제국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이 지역의 전력 공급을 더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 투자를 시작으로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예정되어 있다.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대출받은 라오스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사업인 6십억 달러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2021년에 시작했다. 최근 몇 달 전에, 파키스탄은 주요 철도망 개선을 위해 중국에게 100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이것은 총비용이 6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일대일로 구상의 중심축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의 도시 카스와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항을 철도·도로·송유관 등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의 일부분을 담당한다. 중국으로부터의 대출이 채무국을 ‘부채의 늪’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채무국에게 이 대출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경제발전은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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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긴장을 유발할지라도 언제나 군사적 대결보다 더 평화적인 제도적 균형

지난 몇 년 동안, 미·중 관계는 악화됐고, 최근에는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 정책결정자의 임무는 경쟁상대를 관리해서 긴장과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군사력 증강과 동맹 대결 대신 제도적 균형으로 경쟁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제도적 균형은 언제나 군사적 대립보다 평화적이다. 제도적 균형이 국가 간 외교적 긴장을 유발할 수 있지만, 결코 전쟁으로 확 타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적 균형이 세 개의 조건만 충족한다면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진 것은 없다.

모두에게 이익인 제도적 균형의 필요조건 세 가지 : 핵억지, 경제적 상호의존, 탈이데올로기

첫 번째, 제도적 균형은 핵억지에 의해 제한되어야만 한다. 미·중이 아무리 제도적 균형을 추구할지라도, 양국의 군사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양국은 경쟁의 한계선을 넘을 수 없다. 양측의 능력이나 결의를 잘못 계산하거나 핵 벼랑 끝 전술에 휘말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두 번째, 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를 강조해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의존하는 한, 그들의 경제 관계와 양국 국민 간 관계는 군사적 대결 확대를 막는 가드레일 역할을 한다. 양국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양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했던 것처럼 국내 정치를 위해 양국의 상호의존을 끝내겠다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양국은 레토릭과 행동이 디커플링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세 번째, 양국은 미·중 경쟁을 이데올로기 대결로 보지 말아야 한다. 바이든은 종종 현대 세계를 “민주주의와 독재의 투쟁”으로 묘사한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국내에서는 매우 이데올로기적일지라도, 외국을 향해 말할 때 시진핑은 결코 미·중 경쟁을 양립할 수 없는 세계관의 실존적 투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만약 때때로 바이든이 국제관계에서 이데올로기 복서가 되고자 한다면, 시진핑은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는 태극권을 선호한다.

미국이 중국에게 배울 점, 탈이데올로기(실용주의적 접근)

이런 점에서 시진핑의 접근이 더 나은 것이며, 미국 지도자들은 이를 본받아야만 한다. 싱가포르나 베트남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체제를 모델로 한 체제를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으스름은 미국 민주주의가 미국 내에서 흔들리는 것을 봐온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진핑의 레토릭은 다른 나라들에게 이데올로기적 동맹 강요를 피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이 베이징과 워싱턴 양측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국 간 긴장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양국이 제도적 균형 전략을 고수할 수 있다면, 경쟁의 보상은 위험을 능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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