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15] 미·중 경제,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World Brief 15호~21호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망에 관한 최근 주요 분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최근 주요 분석을 이틀이나 사흘에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미․중 경제 관계에서 최근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미․중 경제 관계를 경쟁 일변도인 “디커플링”에서 주요 첨단기술과 전략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디리스킹”으로 톤이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디리스킹의 방향성이 미․중 양극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디리스킹 전략의 핵심이 AI나 양자컴퓨터, 바이오, 환경과 에너지 전환 등 미래첨단기술과 산업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며, 종국에는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맹에게 미국이 보내는 메시지 역시 이런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종국에는 어느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으며 어설픈 중립은 신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결국 미국은 단기적으로 동맹을 압박해서 중국을 봉쇄하고 중국을 배제한 세계 가치사슬과 공급사슬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되,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선진국과 선도기술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고,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포함하여 전환시대와 지식경제시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판도를 재구축하겠다는 의지와 전략을 강력하게 발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4 당사자의 의도와 샘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는 이제 종전을 준비해야 하며, 그 경계선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전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의 완충지대, 즉 한국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성격의 땅이 되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전쟁을 지속할 것을 주장하며, 서방에게 보다 강력한 무기지원을 “지속적이고, 빠르게”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나토 동진을 통한 러시아 봉쇄와 러시아의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가장 강력한 구조가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세 당사자는 우크라이나의 인내심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끝으로 미국 대외전략과 패권전략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 중 하나인 중동에 대한, 특히 에너지를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의 물고 물리는 관계에 대한 분석을 소개할 것이다.
미․중 경제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사우디 관계 등은 미국 패권을 중심으로 크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함께 소개하고 그 관계에 대해 분석과 해석을 제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분석기사 당 A4지 6~8쪽에 달하는 분량을 7~8개를 한꺼번에 소개하는 것이 개인 능력으로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읽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틀이나 사흘 간격으로 하나씩 소개하고, 맨 마지막에 이 기사들을 묶어서 종합적인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필자가 소개하려는 미․중 경제 패권 경쟁 관련 기사는 <포린 어패어스>에서 최근에 소개한 기사 세 편이다.
오늘 소개하는 기사는 “The U.S.-Chinese Economic Relationship Is Changing—But Not Vanishing”으로, 미·중 경제 경쟁 관계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변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다른 기사와 달리 이 기사는 지난 5월에 나온 기사인데, 최근에 나온 기사들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해서 먼저 소개한다.
수요일에 발행 예정인 미․중 패권 경쟁 관련 두 번째 기사는 “The Upside of U.S.-Chinese Competition”로, “제도적 균형전략”을 분석틀로 미·중 경쟁이 세계 모두에게 이익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속도 완급조절과 장기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금요일 또는 다음주 월요일에 발행 예정인 미․중 패권 경쟁 관련 세 번째 기사는 “The Myth of Neutrality”로 미국과 중국의 중립에 설 수 없으며, 결국에는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글이다.
첫 번째 글을 소개함에 앞서서 사정에 따라 계획이 다소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린다. 일전에 함께 보면 좋은 글들을 함께 묶어서 내봤으나, 분량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에 지금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어떤 글들은 다소 시기를 놓쳐서 소개할 준비를 하고 발행하지 않은 글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사정에 따라서는 다소 글이 길더라도 묶어서 낼 수도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지역 관련 글이 미․중 패권경쟁 관련 글을 소개하는 중간에 발행할 수도 있다. 독자들께서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시의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것이니 이해를 구한다.
The U.S.-Chinese Economic Relationship Is Changing—But Not Vanishing
How “De-Risking” Can Preserve Healthy Integration
“디리스킹”이 세계 경제를 견실히 지키는 길이다
Jami Miscik(前 CIA 정부담당 부국장), Peter Orszag(前 미국 관리예산처 국장, 前 의회예산처 국장), and Theodore Bunzel(前 모스크바 미국 대사관과 미국 재무부 근무). (2023, May 10). The U.S.-Chinese Economic Relationship Is Changing—But Not Vanishing. Foreign Affairs.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한목소리를 내는 미국과 서방
미·중 경쟁 심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WTW에서 실시한 서방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중 디커플링이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2022년 15%에서 2023년 40%로 높아졌다.
최근 몇 주 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보좌관은 지난 4월 경제정책에 대한 연설에서, 미국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for de-risking, not for decoupling)”을 추구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처음 공식화한 내용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의 수출 통제는 “군사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에 국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주일 전에,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으며, 완전한 디커플링은 세계에 “재앙”과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난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관계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는 등, 미국과 동맹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리스킹 전략의 세 가지 목표
① 첨단 반도체와 여타의 첨단기술 등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 부문에서 중국의 능력을 제한
②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을 포함하여 필수 자원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서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leverage) 축소
③ 기업의 경제적 노출(economic exposure; 예기치 않은 환율변동으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변동할 가능성)을 다양화함으로써 갑작스러운 중국과 서방간 무역 중단에 따른 잠재적 비용을 줄이기
디리스킹 전략의 성공 열쇠는 서방의 단결
미국이 중국과 전면적인 경제 관계를 중단하기보다 위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여러 데이터에서 드러난다. 지금까지 전면적인 디커플링은 없었다. 양측의 직접투자가 감소했을지라도, 2022년 미·중 상품무역은 6,900억 달러로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많은 분석가들은 표적 접근하는 디리스킹 전략의 성공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다른 분석가들은 디리스킹이 광범한 디커플링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한다.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보다 세밀한 접근이 실행 가능하다고 믿으며, 이런 표적접근이 서방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할 것이다. 디리스킹은 기술과 청정에너지와 같은 전략 분야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매우 느리거나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공급사슬이 폭넓게 이동하진 않을지라도, 기업들은 하나의 실패가 전체 운영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미 하고 있다.
이 과정의 대부분은 정책결정자보다 민간부문에서 주도할 것이다. 생생한 증거가 반도체이다. 미국은 대만 위기로부터 세계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더 많은 반도체칩 생산을 미국 본토로 옮기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반도체칩 생산지는 정부 정책보다 대규모 민간 구매자의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여전히 미국은 디리스킹 전략을 위해 동맹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며, 서방은 디리스킹 전략에 협력해야 중국과의 경제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지대를 통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베이징은 서방의 분열을 악용할 것이다.
THE END OF UNFETTERED INTEGRATION
(자유로운 중국 커플링 시대는 끝났다)
디리스킹에 영향을 강하게 미친 세 가지. 트럼프, 코로나,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디리스킹의 역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축소에는 실패했을지라도, 중국관세는 양국 무역 흐름에 변화를 일으켰고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과 자유로운 통합시대는 끝났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시진핑에게 있어서, 트럼프의 정책들은 베이징은 더 이상 자유롭게 미국 자본과 무역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는 이런 변화를 더 강화시켰다. 공급사슬 붕괴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중국은 기업에게 언제나 열려있고 “적기에” 상품을 공급한다-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시진핑의 매우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공급망 의존에 대해 재고하게 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우려를 한층 높였다.
바이든과 디리스킹 : 중국발 위험 요소와 바이든의 표적접근 디리스킹
국가 안보와 연결된 전략적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좌절시키고,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우방 국가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통해 공급사슬의 회복력 강화, 그리고 핵심 상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 축소 등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으로 디리스킹을 다루고 있다. 이런 노력은 첨단기술에 대한 전례 없는 수출 통제, 미국의 중국 기술기업 투자에 대한 감독 메커니즘, 그리고 제조와 소싱(sourcing; 부품 구매)을 미국과 동맹국으로 이전을 독려하는 산업정책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고 있다.
기업의 시각 역시 변했다. 민감한 정치적 문제로 인해 중국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는 외국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스웨덴국립중국센터(Swedish National China Centre)에 따르면, 이런 불매 운동은 2008년~2015년 사이에 21건에서 2016년~ 2023년엔 78건으로 늘어났다. 중국 소비자들은 점차 자국 브랜드 선호가 늘어나고, 중국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중국 규제 당국이 종종 중국 대기업에게 유리한 잣대를 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훨씬 광범위한 정보를 포괄하는 반(反)간첩법(counter-espionage law) 적용의 확대, 일부 자문기업에 대한 불시 단속,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출국금지 등은 기업환경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만 위기 고조와 함께 많은 미국과 서구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위험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TOO BIG TO DECOUPLE(중국 경제가 너무 커서 디커플링할 수가 없다)
이런 중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면 데이터상으론 디커플링은커녕 디리스킹도 거의 없어 보인다. 2022년에 미·중 상품무역은 절정에 달했고, 중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미국의 세 번째 무역국으로 전체 미국 수입의 약 20%를 점하고 있다. 유럽·중국 무역 또한 증가해서 유럽의 중국 수입은 2016년 이래 두 배 이상 늘었고, 유럽의 중국 수출은 50% 증가했다.
성공적인 디리스킹
그러나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더 복잡한 부분이 나타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차드 보운(Chad Bown)과 이린 왕(Yilin Wang)에 따르면, 미·중의 무역 확대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확대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 차드 보운과 이린 왕에 따르면, 2022년 미·중 무역 확대의 대부분은 가격 인플레이션에 의한 것으로, 2022년 미국의 중국 수출은 2018~2022년 중국의 세계 수입과 같은 비율로 성장했다고 가정하면, 예상 수준보다 23% 낮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더 많은 농산물을 수출했던 반면, 2022년 10월 발효된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 이전에 이미 2022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과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은 상당 부분 감소했다. 그 사이에, 미국의 농산물(특히 콩) 수출의 명목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등했다.
같은 이야기가 중국의 미국 수출에서도 일어났다. 2023년 5월 현재 중국을 제외한 미국의 세계 수입은 트럼프의 중국 관세가 발효된 2018년 6월보다 38% 증가했다. 반면 중국 수입은 2018년 6월보다 겨우 7% 높아졌는데, 이는 무역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18% 낮다. 미국의 수입은 트럼프 관세에 따른 예상대로 반응했다. IT 하드웨어, 반도체와 가구처럼 가장 높은 관세에 직면한 품목들은 급감해서 비교 대상 중 수입 비중이 가장 낮았다. 반면 가전제품과 같이 관세가 낮거나 없는 품목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났다.
디리스킹은 외국인 중국 직접투자에 가장 강력히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락다운과 지정학적 위험으로 기업들이 중국을 회피한 결과, 2022년 외국인 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절반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다른 대리인들도 비슷하게 말한다. Rhodium Group에 따르면, 예를 들어 신규 공장과 시설에 대한 “그린필드(해외 진출 기업이 투자 대상국에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여 투자하는 방식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한 유형)”는 최근 2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중국 기업에 대한 cross-border acquisitions(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에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합병)은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투자는 점점 소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2019년 이래, 중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최고 성적과 최악의 성적의 격차는 매우 커졌다. 성적이 좋은 대기업은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신규 시장진입 기업은 줄고 있다. 이런 집중 현상(양극화 현상)은 외국인 직접투자 데이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Rhodium Group에 따르면, 실례로 BASF, Daimler, Volkswagen와 BMW 4개 기업이 2018~2021년 사이 외국인 중국 직접투자의 34%를 담당했다.
한편, 공급사슬은 변하기 시작했으나 매우 느리다. 동남아시아나 멕시코로 공급사슬 다각화에 기업들은 관심이 많으나, 전환 속도는 매년 1~2%로 느리고 점진적이다. 더욱이 대체지인 베트남과 멕시코 등은 인구 면에서, 인도는 불안정한 규제와 수준 이하의 인프라 면에서 중국에 비해 한계를 갖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에게 있어서,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은 너무 크고 포기할 수 없이 중요하다. 중국은 세계 GDP의 1/5을 담당하고 있고 9억 명의 소비층을 갖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인적 자본, 그리고 공급 생태계의 독특한 조합은 중국을 세계 공장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디리스킹은 기업에게 소득과 효율성 포기를 의미하며, 중국 경제와 완전한 단절은 불가능하다.
FROM DE-RISKING TO DECOUPLING? (디리스킹에서 디커플링으로?)
그렇다고 기업들이 현 상황에 느긋하다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많은 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그들이 직면한 중국 경쟁 기업의 도전과 정책의 불확실성과 같은 문제들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디리스킹 방법과 기대효과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하나의 전략은 더 민족주의적인 시장의 요구에 맞춘 브랜드 현지화와 경영 현지화이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을 위한 중국” 생태계를 구축하고, 중국 내 독립 운영부서를 세우고 중국에 최적화된 생산을 하는 한편, 수출을 위한 제조 과정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전략의 목표는 대규모 이전 비용은 줄이고, 최악의 상황에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처리를 더 쉽게 만드는 것이다.
관련해서, 중국에 제조 기반을 갖춘 기업들과 밴더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 전략은 기업들이 중국발 혼란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공급사실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부품과 조립 등 투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할지라도 최종 조립이나 핵심 부품은 중국 밖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이는 “made in China” 꼬리표와 미국의 중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함이다. 흥미롭게도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생산 요소를 중국에서 멕시코와 베트남 같은 지역으로 선제적으로 옮기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디리스킹을 디커플링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위기 대처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몰렸는데, 같은 실수의 반복을 피하려 한다. 고조되는 대만 위기는 중국 본토에 있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그러나 걱정은 대만뿐만이 아니다. 남중국해 문제, 2024년 미국 선거 결과에 따라 대중 정책이 매파 성향으로의 전환 가능성, 그리고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따른 제재 등도 디커플링의 방아쇠들이다.
DON’T GO IT ALONE (혼자 하지 말라)
큰 지정학적 충돌이 없다면, 미·중 경제 관계는 향후 10년간 결정적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중 경제 관계는 디리스킹으로 인해 극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반도체와 같은 기반기술과 AI와 양자컴퓨터와 같은 미래기술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의존을 줄이고 이 분야의 리더십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두 개의 생태계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최첨단 노드칩에 수출 통제가 집중하겠지만, 미국의 표적 제한은 미국 기업의 큰 어려움을 번질 수 있다. 중국이 서구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중국 반도체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면 많은 미국 반도체 설계와 기계 기업들의 중국 사업은 점점 위축될 것이다.
청정에너지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전면적인 리커플링은 불가능하겠지만, 디리스킹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의 77%와 태양광 패넬 제조 단계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리듐, 니켈과 코발트의 50% 이상을 정제하는 등 청정 기술에 필요한 중요한 광물 가공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유럽의 녹색보조금(EU green subsidies)과 수천 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미국의 IRA는 이 분야의 중국 의존도를 다각화하겠지만, 그 과정엔 수십 년이 소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신규 광산(greenfield mining project)에서 생산물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5~15년이 걸린다. 지금부터 10년 동안은 청정에너지 공급사슬은 통합된 단일망을 유지할 것이다.
소비자 기술이나 소비재 같은 일부 분야는 첨단분야보다 훨씬 오래 중국에 의존할 것이다.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 제조 다각화를 하겠지만, 현재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한다. 다른 분야는 디리스킹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세계 명품 소비의 약 20%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으므로, 명품 브랜드들은 계속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다. 화학 기업들과 같은 공산품과 service provider(인터넷 접속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여전히 중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일부 서구의 소비재나 의류기업들이 낮은 가격과 중국 소비자 요구에 더 발 빠른 중국 경쟁기업의 빠른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구의 소비재 브랜드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 공략을 계속할 것이다.
디리스킹은 민간부문이 주도하겠지만, 공공정책은 최종 결과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잠재적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표적접근이 성공하기 위해서,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공동전략 추구를 설득해야만 한다. 디리스킹을 담은 5월 G7 공동성명(The May G-7 communiqué)으로 첫걸음을 디뎠다. 미국과 유럽이 강력한 연대로 수출 통제, 투자 제한과 보조금 정책을 추진한다면 미국과 동맹의 힘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 통제와 국내 생산에 보조금을 주기로 함에 따라, 미국과 유럽 사이에 분열이 생겨났다. 그러나 중국은 이 분열을 워싱턴을 파트너들로부터 분리·고립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구의 단합된 디리스킹 프레임은 중국과 경쟁에서 홀로 경쟁하는 것보다, 더 조화롭고, 균형감 있으며,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디리스킹 프레임은 더 강력한 대서양 연합의 토대를 더 굳건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