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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7-2]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리는 2023년 전망 ②

편집실
편집실
- 22분 걸림 -
2023년 1월의 <송현석의 해외언론 읽기_넥스트브릿지 World Brief>는 <이코노미스트>의 2023년 전망 기사를 소개할 것입니다.
<해외언론 읽기_6호>에서는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인도들에 대한 전망 기사를 다룹니다.
<해외언론 읽기_7호>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전망과 중동 정세 전망을 다룹니다. 공통분모는 미국입니다.
<해외언론 읽기_8호>에서는 2023년 에너지관련 전망 기사를 다를 예정입니다.
<해외언론 읽기_9호>에서는 2023년 경제전망 기사를 다룰 것입니다.

<해외언론 읽기_7호>에서 소개하는 기사

1 _ Russia risks becoming ungovernable and descending into chaos (이코노미스트)

 _ Russia’s Rebound (포린 어페어스)

 _ The Long War in Ukraine (포린 어페어스)

2 _ How Putin’s war is causing global instability (이코노미스트)

3 _ The Middle East’s complex web of alliances is evolving (이코노미스트)

4 _ Iran’s Protesters Want Regime Change (포린 어페어스)


The Long War in Ukraine 우크라이나에서의 긴 전쟁

The West Needs to Plan for a Protracted Conflict With Russia (서방은 러시아와 장기전을 대비해야만 한다)

(January 9. 2023., foreignaffairs)

By Ivo H. Daalder and James Goldgeier

(https://www.foreignaffairs.com/ukraine/long-war-ukraine-russia-protracted-conflict)

Reading Point
이 기고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미국의 의도와 출구전략을 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자는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출구전략을 현재 교착상태의 동결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 교착상태로의 동결이 미국에게 최고의 출구전략으로 보입니다.

교착상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전쟁, 교착상태에서 미국의 역할 두개

IVO H. DAALDER와 JAMES GOLDGEIER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이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교착상태로 사실상 전쟁이 끝나고 이 상태의 지속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IVO H. DAALDER와 JAMES GOLDGEIER는 교착상태에서 미국이 해야할 역할 두 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동맹은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군사지원을 해서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고 러시아를 억지하기 위해서 러시아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동맹은 유럽 안보와 안정을 위한 장기적 토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서방 세계에 완전히 통합”하는 것입니다.

기사본문중

“수년간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했던 것처럼.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게 안전보장과 무기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나토와 EU 가입을 모색해야만 한다”

IVO H. DAALDER와 JAMES GOLDGEIER는 좀 더 구체적으로 러시아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대한 세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정권에서 나토의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IVO H. DAALDER와 브루킹스의 객원연구원 JAMES GOLDGEIER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미국의 출구전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미국의 이익, 그리고 미국의 의도와 선택이 무엇일지 전망할 수 있습니다. DAALDER와 GOLDGEIER를 따라가며 행간에 담긴 미국의 의도를 찾아보겠습니다.

하나는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행한 모든 금융, 무역, 경제 제재를 계속 유지. 그리고 서방의 러시아아 에너지 의존도를 끝내는 것입니다.  DAALDER와 GOLDGEIER는 유럽이 높은 비용을 감내하며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끝내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방과 경제발전에 필요한 기술에 러시아의 접근을 막기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정치적 고립입니다. 스포츠와 문화행사에 러시아 배제, UN 총회 투표 등이 해당합니다. 러시아의 정치적 고립을 위해서는 지구 남반구 나라들이 러시아처럼 행동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구의 더 높은 단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식량, 에너지 그리고 경제위기에 보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러시아 억지를 위해서는 유럽이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처함과 동시에 유럽 개입을 유지해야 합니다.

DAALDER와 GOLDGEIER는 이런 러시아 억지 정책과 더불어 2026년 만료되는 New START(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신 전략무기 감축 협정) 등을 포함하여 러시아와 직접 대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두 나라를 협상테이블로 중재하지 않고 현재 교착상태가 동결되는 것

다른 복잡한 상황과 조건은 차치하고, 러시아는 현재 점령한 지역을 인정받고자 하고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수복하려는 상황에서 미국이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짜야 합니다. 결국 현재 드니프로강을 놓고 교착상태의 동결이 미국에게 최선의 선택일 것입니다. 2020년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가 국교관계를 맺은 “아브라함 협정”을 이끌었던 미국의 모습과 참 대조적입니다.

“교착상태의 동결”이 미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하기 때문에 미국은 교착상태 선택

세계 최강의 미국이 단순히 줄 것이 없고 협상이 피곤해서 ‘교착상태의 동결’을 선택할까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교착상태 동결 출구전략은 미국의 이익과 의도를 가장 잘 관철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의 전선에서 교전 없이 긴장만 유지되는 것이 전쟁의 출구전략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으로 미국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계속 내줄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략하게나마 ‘미국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 동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크게 안보, 무역과 경제(글로벌 벨류체인과 공급망), 통화와 금융 3개 축으로 자유주의 패권질서는 구축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와 집단안전보장 개념에 기초한 유엔, 국제자유무역의 활성화를 위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WTO로 발전), 국제무역 체제의 유동성과 국제통화 체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브레턴우즈 통화체제”※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안보망은 유엔을 중심으로 유럽에 NATO, 중동에는 중앙조약기구(CENTO), 동남아에는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 남태평양에는 태평양안보조약(Australia, New Zealand, United States Security Treaty, ANZUS), 그리고 미일․한미․미국대만 동맹을 맺으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이자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이 체제는 냉전시기 절반의 체제였습니다. 소련과 동구권은 자체 안보망과 무역과 경제망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탈냉전은 미국 중심의 단일한 시장질서로의 통합이란 측면에서 세계화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물론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국가들이 미국중심의 자유주의 시장질서 글로벌 벨류체인과 공급망에 편입됐고 세계 시장 속에서 금융과 화폐를 포함한 모든 경제관계를 형성했습니다. 따라서 탈냉전은 강한 미국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 즉 미국 일극체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이처럼 힘이 강력할 때는 “자애로운 패권국”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즉 강력한 안보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질서와 규범을 세운 이후에는 이 체제 안에서 다자관계도 형성하면서 자애로운 패권국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2007~9년 글로발 금융위기는 미국의 지위가 한계에 다달았음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특징적이며 구조적인 변화는 미국의 지위하락과 중국의 상승입니다. 위협을 느낀 미국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틀에 가두기엔 중국이 너무 커졌습니다.

다른 현편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없는 평화가 유럽 서방국가들은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에서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에너지는 러시아와 산업과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우방이자 동맹인 유럽이 러시아와 중국과 너무 가까워진 것입니다.

즉 미국의 당면한 전략적 목표는 ▲약화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를 회복함과 동시에 ▲데이터전환과 에너지전환 시대의 패권국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문정인 (2021).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청림출판.
Ikenberry, G. (2008). 승리 이후(강승훈 역). 한울아카데미. (Original work published 2001)

미국이 “교상상태의 동결”을 선택할 이유로는 크게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출구전략, ▲나토가 미국 안보우산 아래 동맹 강화, 유럽의 러시아와 에너지 의존도 종식으로 유럽 경제의 미국 의존도 강화, 그리고 ▲중국 봉쇄에 유리한 조건과 연결입니다.

“교착상태의 동결”이 미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하는 이유 1. 출구전략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4개 지역을 수복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무력이 필요합니다. 즉 미국과 서방에서 막대한 군사원조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재정적 부담, ▲첨단무기가 러시아로 넘어갈 위험,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유럽(나토)과 러시아의 전면전과 핵전쟁을 포함한 러시아의 파괴적 도발 위협이라는 부담을 미국에게 안겨줍니다.

기사본문중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한달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양의 포탄을 일주일만에 소진”

따라서 미국은 러시아가 드니프로강을 넘어오지 못하게 유지하는 선에서 군사적 대치 상황을 선택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아니-러시아 전선이 한국의 휴전상태처럼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 미국에게는 최고의 선택지인 것입니다.

물론 미국에게 최상의 결론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러시아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즉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체제에 러시아가 민주국가로 편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나오기 위해서 러시아 내부의 정치변화가 최고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러시아와 유럽을 분리시키고,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인 경제제재와 봉쇄정책으로 사실상 러시아를 고사시키는 것입니다. 과거 냉전시대처럼 말이죠.

“교착상태의 동결”이 미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하는 이유 2. 유럽 안보전략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 재강화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이 의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유지해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가 약해졌고, 이번 전쟁을 미국이 어떻게 다루는 가에 따라 약화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질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미국중심의 패권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럽이 호응해줘야 합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해서 유럽에게 협조를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눈에, 유럽은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에서 중국-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며 이익만 추구해왔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다양한 회피방법을 개발하면서 제재를 무력화했습니다※.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특히 독-러의 가스망 연결을 반대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스는 정치재이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 지렛대만으로 미국이 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단합은 약해지는 반면, 유럽-중국-러시아의 관계는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미국은 풀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를 포함한 공급망 위기가 왔고 이어 각국이 푼 유동성은 고물가-고금리로 세계를 누르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The End of the Age of Sanctions? : How America’s Adversaries Shielded Themselves>. 2022.12.27. Foreign Affaris.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end-age-sanctions
(이 자료는 2023년 <이코노미스트> 경제전망 소개와 함께 해설자료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하고 거의 1년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질서를 유지하는 3개 망(안보, 경제, 화폐)중 가장 근본적인 지렛대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은 안보불안과 에너지불안이 겹치면서 미국 의존도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이참에 유럽을 단단이 붙들어 매야 합니다. 안보 지렛대를 가지고 경제를 포함해서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다시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보 지렛대로 유럽의 나토에 대한 군비확대와 비용부담 확대를 유도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자유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유럽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실리적으로는 이런 부분의 명분이기도 합니다.

“교착상태의 동결”이 미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하는 이유 2. 중국문제

2022년 10월에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유일한 도전세력이며 반드시 승리해야할 유일한 대상입니다※.

러시아를 억지하기 위한 전략과 국제연대는 중국을 봉쇄하고 억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과 궤를 같이 합니다.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 동맹체제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미국의 선택지와 지렛대는 강해질 것입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 참고자료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 2022.12.27. Foreign Affaris.The White House (2022.10.)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10/Biden-Harris-Administrations-National-Security-Strategy-10.2022.pdf

“다수의 서방 정부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러시아가 위기에 몰리고 있을까요?”

미국은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와 에너지 커플링이 깊은 독일을 압박했왔고,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국가들과 함께 러시아를 봉쇄·제재하고 있습니다만, 러시아는 여전히 가스와 오일 수출로 큰 돈을 벌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위기와 높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가계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수록 고통은 더욱 큽니다. 한국의 한전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과 러시아는 돈을 벌고 유럽과 한국은 부담이 커지는 그림입니다.

반면에 러시아는 오히려 에너지 수출로 큰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규모는 전쟁을 일으킨 2022년이 다른 해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미국이 봉쇄를 하니 중국과 이란이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줍니다.

※ 참고자료

<"러시아, 올해 가스 수출가격 작년의 2.5배 전망">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7169800108
<이란, 러시아에 가스관 터빈 40대 수출키로…양국 밀착 가속>
https://www.yna.co.kr/view/AKR20221024046200009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고 있는데 왜 러시아는 돈을 잘 벌고 있을까요?

지난해 12월 <폴린 어페어스>에 실린 Agathe Demarais의 ‘The End of the Age of Sanctions?’※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이 글도 추후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 참고자료

<The End of the Age of Sanctions?>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end-age-sanctions

그런데 서방세계의 모습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 회피 수단을 만들지 않아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하는 자유주의 체제에서 스스로 구멍을 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의 대외전략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했던 독일 슐츠 총리는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되자 독일 기업인들을 대거 동반하고 베이징으로 날라갔습니다. (해외언론 읽기_3호 참조)

영국의 대형 정유회사 쉘은 한술 더뜹니다.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전쟁 초기에 러시아 원유를 싼 값에 수입해서 비난을 받았던 영국의 대형 정유회사 쉘은 “라트비아 블렌드” 디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트비아 블렌드”는 러시아산 원유를 50% 이하로 혼합해서 만든 디젤로 원산지가 러시아로 표기 되지 않습니다. 쉘은 전쟁을 이용해서 러시아 디젤유를 사서 다른 디젤과 혼합·판매하며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 참고자료

<Russia reaps huge oil, gas profits despite Western sanctions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오일과 가스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뉴욕포스트. 2022.4.11.
https://nypost.com/2022/04/11/russia-earning-huge-oil-gas-profits-despite-western-sanctions/
(이 글도 추후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한마디로 푸틴과 모스크바는 급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소모전이 러시아에게 크게 불리할까요?

미국에게 최고의 선택지인 교전 없는 교착상태’는 미국에게만 유리할까요?

아마 러시아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만 크게 남는 판으로 흘러갈 공산이 급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많은 무고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핏값으로요. 그리고 그 결과는 유럽은 다시 미국과 군사안보 우산 아래에서 강력한 공조를 취할 것이고, 유럽은 러시아와 에너지 교역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미국 의존도가 올라갈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IRA법안은 그린수소 1kg 생산당 3달러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합니다. 화석연료체계도 미국에게 의존하게 되고, 미래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도 미국이 블랙홀이 된다면... 미국이 노리고 있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패권체제의 재구성과 강화’라는 목표에 유리한 다리가 하나 놓이는 것이겠죠. 트럼프에서 바이든 정부로 이어지는 “미국 우선주의”가 무섭습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수많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죽고 민간인 피해도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전쟁 이후 세계질서는 신냉전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유럽과 한국은 그 사이에서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한국의 슬기로운 길은 무엇일까요? 대통령실과 정부의 혜안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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