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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의 해외 언론 읽기_10] 시진핑의 범과 질서 통치전략 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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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분 걸림 -
<송현석의 해외 언론 읽기 10호> 구성

1. 시진핑의 법과 질서 통치전략(Xi’s Law-and-Order Strategy)

2. [별첨] 채무 위기에 몰린 중국 도시들(China’s cities are on the verge of a debt crisis)

10호 소개 기사·기고 및 보고서
  • Xi’s Law-and-Order Strategy(시진핑의 법과 질서 통치전략)

      Taisu Zhang. (2023, February 27). .Foreign Affairs.

Xi’s Law-and-Order Strategy
The CCP’s quest for a fresh source of legitimacy.
[요약]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Taisu Zhang은 2023년 2월 27일자로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된 “시진핑의 법과 질서 전략(Xi’s Law-and-Order Strategy)”에서 최근 중국이 “법에 의한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인 서구 세계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법에 의한 통치”는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의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는 반면 중국 인민의 자유를 증진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Taisu Zhang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권위주의적 독재를 지탱하는데 결정적인 토대였던 경제적 성과와 이에 기초한 민족주의가 서서히 한계를 드러냈자, 정치적 기반을 위한 새로운 기제 발굴 필요했으며 이것인 “법에 의한 통치”이다.
중국의 “법에 의한 통치”는 시진핑과 핵심 지배그룹에겐 자유를 주지만, 중국 인민과 중국공산당 핵심당원들에겐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제도화하고 강력한 통제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Taisu Zhang 교수는 주장한다.

[생각할 문제]
Taisu Zhang 교수의 중국의 “법에 의한 통치” 해석이 전적으로 타당할까?
좀 더 들어가서 서방의 공격적인 중국 분석이 얼마나 적합하며, 우리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시진핑의 법과 질서 통치전략

1_Taisu Zhang 교수 주장 : 중화민족주의 통치에서 법에 의한 통치로 중심 이동

흔들리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기반 : 경제성장 둔화와 정책실패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의 첫 번째 정치적 책임은 경제에 있었다. 즉 중국공산당은 지난 30년간 경제적 성공을 통치 기반으로 삼아왔으며, 정치적 정당성과 사회적 지지는 경제적 성공에 기초했다.

특히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공산당 정권과 중국 인민 사이에 암묵적 정치적 거래가 성사되었다. 인민은 권위주의 통치를 수용하는 대신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은 경제 성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성장률 둔화, 경제적 역풍, 과중한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버블, 인프라 투자 감소, 가장 우려가 깊은 인구감소, 그리고 임금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과 어려워진 신분 이동 등, 2010년 중반부터 경제적 성공에 기반한 정치적 토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 위기와 코로나 봉쇄는 중국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불러왔고 GDP 성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

*관련한 자세한 외신보도 <China’s cities are on the verge of a debt crisis> 참조. 기사의 주요내용은 별첨자료 참조

시진핑 정권 정당성 3대 대표정책(공동부유, 일대일로, 법에 의한 통치)과 중화민족주의

시진핑 집권 직후인 2013년, 중국공산당은 경제적 성과만으로는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권 정당성 자원을 개발한다. 그것은 ‘일대일로(the Belt and Road Initiative(BRI))’,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 그리고 ‘법에 의한 통치(governing the country according to law)’ 등 지난 십여 년간 시진핑 주석의 통치를 대표하는 3개 정책이다.

공동부유가 빈곤감소, 복지와 재분배에 대한 국가의 투자,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와 증세 등을 통해 중국 인민의 지지를 끌어내려 했다면, 일대일로와 강력한 대외정책은 중화민족주의를 자극해서 정치적 지지를 끌어냈다. 그리고 반부패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혁과 “법에 의한 통치” 슬로건은 중국 정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세 개 정책은 계속해서 정치 연설과 정책 문서에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세 개중 공동부유 관련한 정책들보다 중화민족주의를 동원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쉬운 통치 방식이다. 중화민족주의는 정부 행위와 이에 대한 중국 인민의 반응을 규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홍콩보안법, 캐나다의 화웨이 CFO 구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초기 성공,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중국 정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생각보다 취약한 중화민족주의 : 정치 정당성 자원으로 한계에 다다른 경제 성공

그러나 중국공산당과 중화민족주의의 관계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하다. 대개 민족주의는 정체성이나 종교와 같은 사회적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 중국의 중화민족주의는 유교나 오랜 사회전통에 뿌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최근 몇십 년의 경제적 번영과 군사력 그리고 외교적 승리 등 물적 성과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물적 성과가 흔들리면 중화민족주의 역시 흔들리고, 이는 곧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게 된다. 특히 현대 중국의 성과는 빠른 경제성장에 기초하기 때문에 경제성장 둔화 또는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공산당을 지지하는 민족주의 기제(機制)는 곧바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 이후 중국 중산층에서 중국을 떠나 서방세계로 가고 싶다는 “탈출학(run-ology)”* 담론이 활발하다.

* run-ology.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에 따라 도시가 무차별 봉쇄된 상하이 등에서 젊은 층이 해외 이민에 골몰하면서 ‘윤학(潤學)’이라고 하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한자 ‘윤택할 윤(潤)의 중국식 발음 ‘룬’의 발음기호[rn]가 ‘도망치다, 탈출하다’는 영어 단어 ‘run’과 같은 표기인 데서 착안한 것으로, 학문을 뜻하는 접미어 ‘ology’까지 붙인 재치 있는 신조어다. 상하이 봉쇄 기간 중 이민 컨설턴트에게 온 이민 문의가 평소보다 10배나 늘고, SNS에서도 이민 관련 검색이 15배 이상 폭증했다.”
윤성민. (2022.6.20.). 중국 '탈출학(runology)'.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2062033411

중국의 “법에 의한 통치”는 합법적 독재(A LEGAL AUTOCRACY)의 정당화 정치 기제

경제성과에 기반한 민족주의가 한계에 봉착하자 새롭게 대두되는 정권 정당성 기제가 “법에 의한 통치”이다.

시진핑과 그의 핵심참모들은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법에 대한 의존을 점차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법에 의한 통치” 강화는 서구 관점과는 매우 상이하다. 서구 관점으로 “법에 의한 통치(rule of law)”는 최고권력의 정치행위자들에 대한 철저한 법적 견제(legal checks)를 요구하지만, 중국의 “법에 의한 통치”는 중앙 정부의 권력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다.

중국 법률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 권력에 대해 법적 제한을 하지 않고, 일반 대중과 사기업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정부 관료와 공산당 간부들에 대해 법적 제한을 한다.

법은 오로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지만, 통제와 억압에도 사용될 수 있다. 법이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 되는 한, 중국공산당은 법을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강화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특히 중국공산당이 지방 당국에 대한 더 강한 통제력을 원하면 더욱 그렇다. 즉,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정치적 자유화에 대한 관심은 없고 기술적 “합법성”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법부 강화의 의미 : 중국 지도부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 대한 법집행 강화

지난 8~9년 사이에 중국에서 사회정치적 합법성에 부상한 것은 분명하다. 2014년 이래, 시진핑체제는 많은 제도적 변화를 통해 전체 당과 국가 기구가 법과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시진핑 첫 번째 임기 동안 중국 전역을 휩쓴 반부패 캠페인은 사회정치적 합법성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였지만, 사법부의 전문성과 재정 보안 그리고 정치적 위상을 강화한 일련의 개혁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5년 이후로 중앙정부는 도시와 군구(township) 단위의 지방 법원의 예산 독립성을 강화했으며, 지방정부 활동에 대한 광범한 행정소송을 판결하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전문화된 법 집행은 최근 크게 발전했고, 판사와 변호사는 잘 훈련받고 10년 전에 비해 당과 국가에서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지방정부 관료들 역시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법률 교육을 받고, 일상적으로 법준수에 대해 평가받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대해 동일하고 정문적인 법집행에 대해 매우 진지해 보인다.

합법성을 통한 정권 정당성은 경제성과와 완전히 다른 정당성을 부여한다

중국 정부는 확실히 합법성이 정치적 정당성의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합법성 강조의 이점은 지방정부 통제 또는 사회적 순응 확대에 머물지 않는다. 합법성은 경제성과에 기초한 정권 정당성과는 완전히 다른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정부가 점차 합법적으로 변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신뢰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여러 세대 동안 사회과학자들이 관찰한 바와 같이, 많은 인류 사회는 “법을 이성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합법성을 국가 행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근본 이유으로 본다. 이런 수용은 도덕적 정상화 여부를 넘어 비민주와 비자유주의 사회에서도 반복되는 현상이다.

최근 연구는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들에 따르면, 제도 개혁인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할 때에도 정부 정책의 법적 전문성을 강화한다며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의 정당성과 지지 기반은 합법성 강화에 달려 있다

합법성 강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약속이 저조한 경제성과로 인한 정치적 손실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중국 정부가 경함한 대안 중에 가장 확실한 대안임엔 분명하다.

합법성은 중화민족주의와 달리 경제적 성과에 의존하지 않고도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합법성은 “공동부유”와 달리 재정 위기 시기에 막대한 복지 예산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다가오는 몇 년 동안 어떤 시도를 하든 합법성에 대한 투자를 유지해만 한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운명은 여기에 달려 있다.

2_생각해 볼 점 :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야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Taisu Zhang 교수의 분석과 주장은 매우 설득력을 가진다. Taisu Zhang 교수의 시선은 선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살고 있는 우리의 눈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일갈하신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처럼 경제성과는 정치권력 정당성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제적 성과가 형편없고 지속적인 먹거리 개발에 실패한 정권은 반드시 역풍을 맞았으니, Taisu Zhang 교수가 분석한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체제가 <경제성과에 기반한 민족주의 기제>에서 <합법성 기제>로의 이동은 타당성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체제의 정당성과 중국 인민의 지지 여부에 대한 이해는 Taisu Zhang 교수가 초점을 맞춘 중국 내부 문제도 있지만 대외관계와 외적요인도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성과가 낮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위기를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커플링으로 불만을 돌리는 한편 미국의 견제를 나름 방어한다면 중국 인민의 지지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화민족주의는 경제적 성장이 큰 원인이겠지만, G2로 성장하고 소련이나 일본 등과 같은 이전 미국 경쟁자와 달리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자체가 중화민족주의를 강력하게 작동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이 IRA나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등을 통해 선진기술과 공급망을 미국으로 집중시키려는 의도는 기존의 세계가치사슬과 공급사슬을 흔들고 한국을 포함한 서구 세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미 중국과 가치사슬이 깊이 연결된 서구 사회가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따라할 수도 없고,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 역시 중국 인민들이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체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을 유일한 적으로 규정하고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미국 중심의 언론과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며 우리의 한쪽 눈을 가림으로써 판단과 결정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 언론의 불균형한 정보와 한국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고, 한국 지성이 이 정보에 기초해서 생각하는 것으론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없다.

반쪽 정보와 관점에 의존해서 중국이 망할 것이니 뭐든지 미국 뒤에 줄을 서자는 단선적인 생각으론 오늘은 물론 내일의 이익도 지킬 수 없다.

사실 미․중경쟁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세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럽 국가들과 기업들이 미국의 IRA나 반도체 과학법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아세안 국가들 역시 한국의 신남방정책 지속과 정부의 의지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이익을 중심에 두고 오늘과 내일을 대비하여 이참에 유럽과의 깊은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10개국 등 모두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국의 역할강화 등 다양한 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도를 위해서는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심층적인 정보가 중요하다. 한국 언론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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