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무주택자가 종부세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무주택자가 종부세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임대차 보호기간을 10년으로 늘린다면
By 구본기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 발송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보수·경제 언론들은 종부세를 '세금 폭탄'이라 부르며 혹세무민에 여념 없다.
진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그에 맞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대한민국 2%도 채 되지 않으며, 실제 그들에게 부과되는 금액을 따져보면 세금 폭탄이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종부세 대상자도 아닌 무주택자 서민들이 다주택자 등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를 걱정하는 현실에 통탄한다.
이 '도돌이표 전쟁'은 몇 가지 문제의식이 실종된 것에서 비롯된 일종의 '관성'이다. 오늘 나는 그 실종된 문제의식 중의 하나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그건 바로 무주택자 서민들의 고충이다. 차분히 생각해 보자. 정말 우리 무주택자 서민들은 '국민 대다수가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특히 무주택자인 본인들은 절대로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종부세는 세금 폭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무주택자 서민들이 진짜로 걱정하는 건 종부세 그 자체가 아니다. 임대인이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비용 증가를 이유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 '염려'가 존재하는 한 무주택자 서민들이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마냥 반기긴 어렵다.
사실 종부세 부담 증가 → 임대료 인상의 흐름은 시장 작동 원리와 호응하지 않는다. 반대로 따지면 진실이 금방 드러난다. 대한민국 임대인들은 종부세 부담이 줄면(비용이 줄면) 임대료를 인하하는가? 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이에 관해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 이준구, 전월세 급등 현상은 보유세 중과와 아무런 논리적 관련이 없다, 2020.7.28
그러나 한국의 임차인들이 이러한 종류의 임대인 갑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종부세 논란에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종부세 대상자의 억울함 여부나 규모 여부에 대한 논쟁을 벗어나 이러한 임대인 갑질을 임차인이 우려하는 상황 자체를 해소해주는 것이 아닐까.
말하자면 종부세 세금 폭탄론에 대한 진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대처 기조의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얘기다. 임대인 갑질이 사라져야 무주택자 서민들이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마음 놓고 지지할 수 있다.
임차인 보호 기간 10년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임차인 보호 기간을 현행 4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 법률에 의한 임차인 보호 기간에는 (임대인이 5%를 초과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니 최소 해당 기간에는 임차인이 임대료 인상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년이라는 기간은 상가 임차인을 보호해 주는 법률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임차인 보호 기간과 맞춘 것이다.
계획이 발표되면 보수·경제 언론들이 즉시 저항할 것이다. 괜찮다. 어차피 그들이 할 말은 뻔하다. 저들은 먼저 '개업 공인중개사와 이사 업체 등의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답해 주자.
"주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확대하여 얻게 되는 공익상의 이익이 개업 공인중개사 등의 현존 이익 감소보다 현저하게 크므로 마땅한 반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숨 한 번 쉬고 이어 말하자.
"무엇보다 개업 공인중개사 등이 얻는 기존 이익은 사회적 약자인 주거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을 원천으로 하는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성격의 것이다."
이어질 그들의 고리타분한 주장에 대한 반론은 <왜곡, 호도, 궤변··· 전세 기간 2년 연장 '반대론의 반대론'>(https://bit.ly/3DNYWqU)과 <임대차 3법에 의한 전세난은 가짜입니다>(https://bit.ly/3xc1xYT)라는 글에 담아두었다.
토론회에서는 구구절절 말하지 말자. 다만 상대에게 이렇게 묻자.
"주거 임차인을 상가 임차인보다 덜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럼 상대가 차별의 말들을 쏟아내다가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될 것이다. 정말로 주거 임차인을 상가 임차인보다 덜 보호해 주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임차인 보호가 강화되어야 임차인들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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