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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혹시나 하는 경우 대비... 윤석열 대통령이 첫 케이스였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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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경우 대비... 윤석열 대통령이 첫 케이스였다

상상도 못 한 대통령의 내란... 불안정·불확실한 계엄법 개정 필요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by. 권영태

금번 계엄 난동은 대통령이 주도하여 국가와 헌법을 파괴하는 내란이나 쿠데타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헌법 제84조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은 혹시나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첫 케이스에 해당하게 되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계엄 난동을 주도한 대통령의 내란을 비호하고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 총사퇴와 내각 총사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제2의 내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정치적 논의는 차치하고 우리는 앞으로 극우세력이 자행하는 제2, 제3의 내란을 막을 방안을 포함하여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핵심은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한을 대폭 혁신하는 것으로 2~3차례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

1952년 부산정치파동, 역사를 잊은 후과

1952년 5월 26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국회의원 48명이 탄 통근버스가 헌병대에 연행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국가기록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재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해제될 수 있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그래도 계엄은 안 된다고 판단하여 동참했다.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상당수의 군 지휘관이 불법적인 명령임을 인지하고 항명과 태업에 준하는 행동을 하였고 군의 행정 절차상 필요한 시간 덕분에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 이번 계엄 난동이 성공했더라면 조만간 우리는 1952년의 정치파동을 다시 보게 되었을 것이다. 6.25전쟁 중 이승만은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정부 수립 시 이승만의 고집으로 대통령제가 되면서 국회에서 간선하는 방식이었는데, 재선이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직선제로 바꾼 것이다.

정치 깡패와 어용 시위대를 동원해 국회 해산 여론을 부추기고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 50여 명을 '국제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혐의'로 헌병대가 강제 연행했다. 그럼에도 개헌을 자신하지 못한 이승만 정부는 군인과 경찰로 국회를 포위하고 기립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표결권을 침해하는 가운데 개헌을 통과시켰다.

금번 계엄 난동 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과 여당 정치인들을 체포, 수감토록 방첩사령관에게 지시하는 등 무려 7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 재발할 뻔했다. 비상계엄 자체가 40여 년 만에 선포됐는데, 한밤중을 틈탄 기습적인 발표에 선관위나 양구군청 등 장악을 통한 시나리오도 뚜렷하고 구체적이다.

지금의 계엄 난동 주도 세력이 그 어떤 법을 만들고, 그 어떤 조치를 통해 나라를 결딴나게 했을지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권력욕으로 민주주의가 상처받은 역사가 있음에도 똑같은 상처를 당할 뻔한 것은 입법부의 역사를 잊은 '직무유기'이다.

법비(法匪)에서 법을 떼어내 '도적'이 된 대통령

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민들에게 법치를 강조해 왔다. 원론상 법치는 권력자들을 향한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내용적 한계와 절차를 정해놓은 것이 법치주의 원리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법치주의가 기본 원리로 된 데는 과거 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전횡을 막기 위함이다.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제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고 통치자의 권력을 제한하고자 했던 것이다.

법치 원칙이 확보되자 독재자들은 형식적으로 법을 만들어 법에 따라 모든 것을 진행하는, 법을 통한 통치로 악용했다. 히틀러가 대표적이다. 이후 독일은 실질적 법치주의라 하여 형식적으로 법에 따랐다고 해도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불법이라는 원칙을 확고히 세웠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법치' 역시 준법의 의미로만 사용하고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는 '법비(法匪 : 법학에서 정립된 이론적 개념은 아니지만 형식적 법치주의로 경도되고 법적인 절차와 제도를 악용해 잘못된 통치를 행하는 경우)'라는 비판을 많은 이들이 해왔다.

이번 사태는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선서와 스스로 강조한 '법치'를 헌신짝 버리듯 '법'을 버리고 '도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비극적 사건이다.

'내란수괴', 도적 대통령, 어떻게 막을 것인가

2024년 12월 4일(수)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모습.
국회사무처

금번 비상계엄 선포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헌법적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 점을 다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계엄해제요구권을 다행히 가결할 수 있었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계엄이 선포되고 군에 의해 국회를 열지 못하게 됐을 때 현행 헌법에 규정된 계엄 해제 요구권은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명확하게 '계엄군 등에 의해 국회를 열지 못하게 되어 국회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된 때는 곧바로 계엄이 자동으로 무효가 됨'을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

계엄군 '등'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관제 시위 동원 등 향후 민간인, 실질적으로는 극우 조직에 의한 국회 봉쇄나 국회의원 감금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법 해석상으로는 지금도 국회가 계엄 해제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경우에는 계엄이 무효라고 봐야겠지만,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경우 계엄은 자동 무효로 된다는 조항'도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계엄을 통한 특별한 조치를 한정하여 열거하고 있다. 금번 포고령에 대하여 국회의 모든 활동에 대해 금지하는 내용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미 현행 헌법의 해석만으로도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계엄 선포는 무효로 볼 수 있겠지만, 명시적으로 법제화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내용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여 비상계엄이 헌법적 요건을 충족한 경우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입법권의 제한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과거 6.25전쟁 시에도 불완전했지만 입법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제7조 제2항)과 국군(제5조 제2항)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중립성 보장에 더해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항명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3.15부정선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공무원 중립 조항이 1960년 헌법에 삽입되었다. 국군도 공무원으로 볼 수 있지만 국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조항이 현행 헌법에 추가되었다. 다행히 40여 년의 역사적 교훈에 따라 일부 군 지휘관들이 부당한 명령에 항거했지만,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당한 명령에 항거하는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특별한 신분 보장을 명시하는 것이다.

'계엄 선포 시 사후적으로 의회에 통고하는 제도 역시 사전적으로 통고 후 계엄을 선포'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긴급을 요하는, 운운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요즘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어불성설이다. 사전에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를 얻도록 하면 더 좋겠지만, 그야말로 전시나 사변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필요하므로, 의회에 통고 즉시 선포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는 것밖에 없는데 사전적인 통제를 국회에서 담당하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금번 계엄 난동에서 보듯이 우리의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민주화 이후 수시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대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개헌에 실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행 헌법에 따른 통치구조가 '잘못된 리더'의 집권 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음을 명백히 확인한 오늘, 대대적 개헌논의와 더불어 현행 헌법 아래에서라도 좋은 제도를 더 구비하고 제도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필자소개 : 한양여대 ESG연구소 부소장.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후 정치학 석사, 북한학 박사 취득.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 상생사회 일천인선언 상생대화분과 간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강사). 한국NGO학회 이사, 남북학술교류위원, 통일교육원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강사 등 역임. '통일교육 에센스', '남도 북도 모르는 북한법 이야기', 'Life & Law',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 - 교양인을 위한 로스쿨', '우리가 불러온 노스코리언송즈 :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통일 노래 시리즈', '현재와 미래를 잇는 ESG와 지속가능발전'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역사교사인 아내와 함께 왕릉을 답사 중인데, 노스코리아 지역 왕릉 답사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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